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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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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게 아니라 박정자의 공연장에는 항상 아줌마팬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 무대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중년여성의 억눌린 감정을 ‘광기’로 폭발시킨다는 점이다.
“‘위기의 여자’(86년) ‘굿나잇 마더’(90년), 올초 앵콜공연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91년)까지…. 모두 어머니역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극중에서 언제나 ‘여자’였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6월1일부터 문예회관소극장(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공연되는 연극 ‘페드라’(극단 자유)는 박정자의 이런 ‘염원’이 확연히 드러날만한 무대다. 서거 3백주년을 맞는 프랑스 희곡작가 라신느의 원작을 30년지기 원로 김정옥이 연출한 이 작품에서 박정자는 왕비 페드라 역을 맡는다. 페드라는 전 왕비의 아들 즉 왕자와 사랑에 빠져 결국 자결한다. 근친상간이라는 충격적 소재를 다룬 연극이다.
“겉으로 보면 충격적이죠. 하지만 중년여성의 애끓는 연정을 위한 살풀이로 보면 어때요? 객석의 연민어린 시선이 벌써부터 느껴지네….”
박정자는 “솔직히 매우 들떠있다”고 털어놓는다. ‘페드라’는 대학극에서나 주로 공연돼 일반무대에서는 사실상 국내초연인데다, 얼마전 만난 윤소정이 “1회만 공연하게 해줘요∼”할 만큼 여배우라면 욕심낼만한 배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학(이대 신문학과)2학년때 학교에서 ‘페드라’를 공연했었죠. 주연맡을줄 알았는데 대사도 거의 없는 시녀(외논느)역을 주더라구요! 그때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여배우 중 최고의 딕션(대사전달력)을 가졌다는 그도 희랍정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처음이라 하루 6시간 연습도 부족할 지경이란다.
“대사가 거의 시(詩)인데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 돌아오고 ‘사랑하는’ 왕자를 파렴치범으로 뒤짚어 씌우고…. 감정의 굴곡이 롤러코스터 같아요.”
6월 27일까지. 화목 오후7시반, 수금 3시 7시반, 토 3시 6시, 일 3시. 2만(일반), 1만5천원(학생). 02―765―5475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