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노숙자때 번 돈, 다른노숙자에 주라』편지

  • 입력 1999년 4월 19일 20시 04분


『노숙자였던 제가 번 돈으로 다른 노숙자를 도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19일 오전 고건(高建)서울시장은 강원 평창군 봉평면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 현장의 근로자로부터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지난달 초부터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윤수작씨(56). 봉투 안에는 지급액 13만1천1백원의 통상환증서가 함께 들어 있었다.

“저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자유의 집에서 1월25일부터 46일간 기숙했습니다. 이곳에서 한달남짓 일했더니 통장에 돈이 조금 모였더군요. 자유의 집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았던 음식값을 갚고 싶습니다.”

윤씨가 보낸 통상환증서의 액수는 ‘자유의 집’의 46일치 식사비(한끼 9백50원). 윤씨는 공공근로사업 일당으로 3만2천원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원을 운영했던 윤씨는 지난해 말 친구의 빚보증을 섰다가 4천만원의 빚을 떠안게 되면서 기원과 집을 경매로 넘기고 거리로 나앉게 됐다. 윤씨는 편지 말미에 다른 노숙자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내비쳤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반환하는 돈으로 또다른 실직 노숙자가 구제를 받을수 있다면 다행으로 여길 따름입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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