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 안기부 요원 끝내 직장잃어

  • 입력 1999년 2월 25일 07시 47분


정보요원의 사랑은 조직의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인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요원이 중국공산당 간부 집안의 여인과 몰래 결혼했다가 끝내 조직을 떠나게 됐다. 대법원은 24일 중국공산당 간부의 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안기부가 면직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전 안기부 요원 K씨(33)가 낸 면직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K씨는 93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위탁교육을 받던 중 박사과정으로 유학온 중국여인 L씨(33)를 만났다. 두 사람은 2년여에 걸친 열애끝에 결혼을 약속하고 K씨는 안기부에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기부의 답변은 ‘절대 불가’.포섭 및 역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L씨의 아버지는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이며 어머니는 중화여대 교수인데다 큰 아버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격인 중국 전인대(全人代)대의원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K씨는 결국 96년 5월 안기부에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를 해버렸고 안기부는 이를 뒤늦게 알고 징계에 나섰다. 부인 L씨는 안기부에 ‘사직을 강요하지 말라’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지만 K씨는 안기부의 ‘압력’에 못이겨 4개월만에 사직서를 냈다. 그 뒤 K씨는“사직서제출은 강요에 의한것이었고수차례사표철회의사를 밝혔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패소해상고했었다.

그동안 두 사람은 쌍둥이를 낳고 서울에서 살고 있으나 K씨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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