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연풍연가」서 섬처녀 변신 고소영

  • 입력 1999년 2월 12일 19시 08분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을 떠난 그 곳에서 예쁜 여자라도 만나면 더 좋다. 그 여자가 고소영(26) 만큼이나 예쁘다면 금상첨화다(물론 남자들 시각에서 얘기다).

‘연풍연가(戀風戀歌)’는 그런 남자들의 환상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시사회장에선 당연히 남성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게다가 고소영이 톡톡 튀는, 튀다 못해 여왕벌같은 오만함으로 남자들의 오금을 저리게 했던 이제까지의 이미지 대신 ‘단 하루라도 죽도록 사랑해보기를’ 원하는 섬처녀로 나올 정도니!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고 저도 놀랐어요. 지금까지의 제 ‘대외적 이미지’와 다르니까요.”

고소영은 자신이 맡은 관광가이드 영서 역이 단순히 ‘착한 여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전 착하다는 말 안좋아해요. 특히 여자한테는 별로 할 말 없을 때 걘 착해, 그렇게 말하잖아요. 영서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여자죠. 사람만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점에선 나와 비슷해요.”

영화는 처음 만난 남녀가 사랑에 다가가는 과정을 뚜렷한 극적 구조없이 마주치는 시선, 닿을듯 말듯 부딪치는 손 등을 통해 지극히 ‘일상적’으로 그려나간다. 그러나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단순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삶의 통찰력을 찾기엔 지나치게 표피적이다.

“가이드 제복을 입은 모습이 통통해서 순박해 보였다던데…. 제주도에서 먹고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몸무게가 늘었어요.”

고소영과 함께 등장한 영화속 또다른 주인공은 제주도 그 자체다. 처음 둘이 어색하게 걷는 산굼부리, 살짝 스친 접촉에 짜릿함을 느끼는 강정포구…. 고소영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보고 싶을 만하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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