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로 본 IMF1년]수입 준만큼 지출 줄어

  • 입력 1998년 12월 20일 19시 15분


대기업의 차장급인 남편(43)과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두 아들을 둔 주부 김모씨(41)는 요즘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해진다.

IMF사태로 소득이 줄고 저축이 줄고 세상이 온통 난리였지만 지난 1년간 줄이고 또 줄이고 알뜰살뜰 살아온 덕에 적자 없이 올 한해를 꾸려왔기 때문이다.

IMF사태로 경제위기가 절정이었던 연초 남편 회사의 부도설이 나돌 때는 정말이지 눈앞이 캄캄했다. 주위 사람들은 퇴직금이라도 챙기겠다며 앞다퉈 직장을 떠났지만 우직한 남편은 거꾸로 직장을 살리겠다고 월급도 들고 오지 못했다.

6월 이후 부도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턱없이 줄어든 월급의 명세서를 받을 때면 어떻게 가계를 꾸려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김씨가 쓴 올해 가계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올한해 남편의 보너스와 수당 등을 합친 총 급여는 작년(세금공제후 3천4백만원)보다 27%가 줄어든 2천4백80만원. 매년 10%가량 늘어났던 급여가 졸지에 30% 가까이 깎이자 김씨는 우선 교육비와 저축에 먼저 손을 댔다.

두아들이 방과후 배우던 과학 영어 피아노 등 일곱 과목중 단소 노래 수영을 중단시키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1만원 내외의 상설과학교실과 상설체육교실을 이용했다. 영어도 학원교습에서 학습지로 바꾸고 피아노는 형과 아우가 교대해 배우도록 바꿨다. 그렇게 해서 교육비를 작년 월 39만원에서 올해 16만3천5백원으로 58% 줄였다.

저축부문에서는 상호부금과 공모주증권저축은 연초에 해약하고 차세대주택예금과 비과세저축은 월불입액을 대폭 줄였다. 그러나 보험은 아이들 장래를 생각해 어렵더라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월평균 저축액은 45만1천원으로 작년 86만9천원보다 48% 줄였다.

가족용돈도 20% 이상 삭감했다. 시부모께 드리는 용돈(월6만원)까지는 손댈 수 없었지만 남편이 자진해서 월 용돈을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깎았다. 형 3천5백원, 아우 2천원씩 주던 아이들 용돈중 형의 것을 월 5백원 줄였다.

다른 것은 다 줄여도 먹는 것은 고민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KFC 파파이스 등에서의 외식을 줄이는 대신 떡볶이 햄버거 등을 집에서 함께 만들어 먹으며 따뜻한 가족의 정을 나눴다.

부식비가 많이 들다 보니 전체 식비는 32만원으로 8.6%밖에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은 세금과 공과금. 아무리 애를 써도 한계가 있었다. 관리비같은 것을 줄이고 줄인 것이 작년보다 1.3% 감소하는데 그쳤다.

집값이 떨어지고 수입이 줄었는데도 재산세(연간 14만3천20원) 자동차세(연간 50만9천6백40원) 등 월평균 7만원에 이르는 각종 세금은 작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꽃동네에 내는 후원금(월5천원)을 계속 내는 한편 올해초부터는 대전애육원에 월2만원씩 후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1년간 지출한 생활비(저축제외)는 1천4백14만원으로 작년보다 28.6% 줄었다. 총 결산을 하면 저축액 5백41만원을 포함해 1천만원가량 흑자를 보았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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