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분규]求道-법 간데없고 패거리 勢싸움만…

  • 입력 1998년 12월 18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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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로 40일째를 맞은 대한불교 조계종단 분규. 불법(佛法)을 팽개친 ‘권승’(權僧)들의 다툼은 이제 법마저 통하지 않는 불법(不法)의 지경에 이르렀다.

법원의 퇴거단행 가처분 판결에 따라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들어가려던 법원 집행관들은 총무원건물을 점거중인 ‘정화개혁회의’측에 밀려 물러났다. 당국은 조만간 경찰력을 동원, 정화회의측 승려들을 강제로 몰아낼 방침이다.

그러나 정화회의측은 “경찰이 강제로 들어온다면 몇명 죽어나갈 각오로 싸울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현정부는 씻을수 없는 ‘법난’(法亂)을 자행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 월하(月下)종정도 “흔들리지 말고 정화개혁을 이루라”고 뒤를 받쳐주고 있다. 국가 공권력과 승려들간의 유혈충돌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화회의측은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명분으로 “세속법의 잣대로 종교 내부 문제를 이래라 저래라 할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고 그같은 주장에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속법에 의존한 것은 정화회의와 대립하고 있는 이른바 ‘종헌종법 수호파’만이 아니다. 정화회의측도 ‘총무원 인감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법원에 냈었다. 그런데 패소하자 ‘세속법’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수 없다. 일단 현행법에 의존했으면 그 결과에 따라야한다.

종헌 수호파에게도 문제는 있다. 이들은 법원 판결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는지 대화를 통한 해결은 제쳐놓은 상태다.

이들은 내주초 총무원장 선거 후보등록을 받고, 29일경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절름발이’선거의 출마 예상자로는 지선(知詵)백양사주지, 법장(法長)수덕사주지, 종하(鐘河)종회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종정도 새로 다른 사람을 추대하면 된다는 식이다.

월하종정을 필두로 한 반대세력이 엄존하고 있어 종단이 쪼개지는 상황이 우려되는데도 상대를 고사(枯死)시키는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세속보다 더 각박한 승패의 논리만이 팽배한 상황. 설사 어느 한쪽이 이기더라도 분규의 불씨는 그대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尹元澈)교수는 “분규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는 모든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종단 구조를 총무원 중심제에서 본산(本山)중심제로 바꾸고 △현행 선거제도를 종교 특성에 맞게 변경하는 제도 개혁을 이뤄내야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승려들도 “이번 분규가 몇몇 승려들간에 승패가 가려지는 것만으로 매듭지어져선 안된다”며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총무원 건물을 조계사에서 동국대 구내나 시 외곽으로 옮겨 기능과 권한을 연락기구 수준으로 대폭 축소해야한다는 주장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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