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실질적인 「불교계 대통령」

  • 입력 1998년 11월 8일 18시 17분


조계종 총무원장이 어떤 자리길래 선거때마다 분란이 되풀이되는 걸까.

총무원장은 2천5백여 사찰과 1만1천여 스님이 속해 있는 불교계 최대종파인 조계종 종무행정의 수장(首長).94년 조계사 사태이후 권한이 상당히 축소됐지만 여전히 ‘불교계의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하다.

가장 큰 권한은 인사 및 재정권. 임기 4년인 총무원장은 총무원 직할사찰인 조계사 주지를 겸하며 조계사 산하2백개 사찰의 주지 인사권을 갖고 있다. 직할 사찰을 제외한 전국 24개 교구 본사와 각 말사(末寺)주지는 지방자치제처럼 각 본사별로 선출하지만 총무원장이 이들에 대한 인준권과 징계위 회부권을 쥐고 있다.

또 총무원이 자체 집행하는 1년 공식 예산만도1백40억원.여기다 천문학적 규모인 종단소속 사찰재산에 대한 감독권 및 처분 승인권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종헌 종법 개정안제출권 △징계자사면 복권 품신권 △중요 사찰 예산 승인권 등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종단의 최고 웃어른인 종정은 ‘영국의 왕’ ‘내각책임제의 대통령’에 비유된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대립하고 있는 월하종정과 송월주총무원장의 갈등 이면엔 이같은 권한 배분이 큰 원인이 된게 사실이다. 월하종정은 △징계자에 대한 특별사면권 △사찰 재산처분 인준권 △본사주지 인준권 등의 권한을 종정에게 되돌려 줄 것을 바라왔으나 송원장이 협조하지 않자 97년3월 조계종 원로회의에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역대 총무원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불과 1년1개월.

불교계에서는 이밖에 △54년 불교정화(법난)로 파생된 독특한 불교사 △문중 체제 △‘내부 갈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집단행동으로 여과없이 표출되는 행동양태’ 등이 조계종 선거를 시끄럽게 하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