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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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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이 마련한 창원 황씨 기증 고문서 특별전 ‘한 가문을 통해 본 조선후기의 생활문화’(11월19일까지 서울 경복궁내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이 특별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가문의 후손이 집안 선조의 유물을 4백년동안이나 이토록 완벽하게 보관할 수 있다니…’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지난달 27일 개막식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단순한 고서 전시회가 아니라 한 가문의 맑고 높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전시유물은 후손들이 지난해 민속박물관에 기증한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창원 황씨는 고려말 종1품의 판문하시중(判門下侍中)을 지낸 황충준(黃忠俊)의 후손으로, 조선중기 정6품 벼슬을 지낸 황원(黃瑗)과 문장 외교로 명성을 날린 황신(黃愼)의 대를 거치면서 16, 17세기 이후 조선의 명문가로 자리잡은 가문.
출품된 유물은 기증품 1천여점중 사료적 가치가 높은 2백여점. 의금부 관리들의 모임을 그림과 기록으로 남긴 ‘금오좌목(金吾座目·1717)’, 부모가 세상을 떴을 때 자녀들의 재산 분배 논의과정을 기록한 ‘화회문기(和會文記·1563)’, 공직 임명장인 교지(敎旨), 애틋한 부정(父情)이 묻어나는 간찰(簡札·편지), 토지매매문서 등이다.
이중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화회문기.’ 이 문서는 자녀 6남매가 아들딸 차별을 두지 않고 서로 똑같이 유산을 나누어 받았음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조 재산 분배의 남녀 평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02―734―1346.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