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전직자 새직장 적응법]『과거는 싹 반납해야』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8시 57분


대기업 S사에서 정리해고 된 뒤 친구 소개로 벤처기업에 취직한 김대리(34). S사에서 쓰던 수첩, 바인더 같은 것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새 직장에서는 나이도 학교도 과거도 모두 잊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

“필기구도 직접 준비하고 개인전화는 절대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여직원에게 부탁할 땐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전까지는 긴장을 풀지 않을 생각이다.”

1∼9월 직장을 옮긴 사람은 총 76만여명(노동부의 경력직 노동력 이동현황). 고용보험에 가입한 전국 22만개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실제 전직자수는 2백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 평생 5,6번 직장을 옮긴다는 미국인처럼 우리에게도 ‘이직 문화’가 본격 시작된 듯. 이직시대의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

▼ 계약직 하향취업

9월의 이직자는 8만3천6백26명.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3% 증가. 새로 얻은 직업은 사무직(25.6%) 기능직 근로자(20.5%) 단순노무직(17.8%)의 순. 대부분 계약직으로 ‘성과’만이 수입과 자리를 보장한다.

신세기투자신탁에서 근무하다 경일상호신용금고로 이직한 진제근씨(49). ‘영업 이사’지만 기본급은 50만원. 자금유치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려고 노력한다. 오후7시경 퇴근하지만 집에서도 다음날 주변 아파트 2만여 세대에 뿌릴 DM발송 준비를 한다. 지점장으로 있던 전직장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 문화갈등과 인간관계

5월 외국계 G기업에 매니저로 취직한 김희상씨(38). 토익점수 8백점 이상인 영어실력이지만 출근할 때마다 외국에 온 기분이다. “사장이 한국사람은 왜 점심값을 월급에 포함시키느냐고 묻더군요. 자기는 햄버거 하나 먹는데 불공평하지 않느냐고요. 출장가서도 저녁을 제공받으면 그만큼 출장비를 반납해야합니다. 업무강도는 두배가 된 느낌이에요. 버릇대로 공(公)과 사(私)를 구분 못하는 순간 무능한 사람으로 찍힙니다.”

D그룹 이사출신으로 삼성화재 보험대리점을 시작한 김모씨(49). “보험이든 정수기든 판매영업직에 뛰어든 사람 중에는 전직 대기업 이사나 본부장 군장성 출신까지 다양하다. 현재의 위치를 망각하고 옛 부하에게 전화했다 가 냉대받는 경우가 많다. 알던 사람들과의 ‘역전된 관계’를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다가서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

▼ 준비된 이직자

올 대기업 공채는 ‘공채(空採)’가 될 전망. 각 부서나 공장별로 꼭 필요한 사람만 한둘씩 채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직장인 사이에 증권분석사 재무관리사 인터넷전문가 등 경쟁력 있는 자격증 따두기 붐이 일고 있다.

P&E컨설팅 홍승녀이사. “다른 곳에서 살아남지 못할 사람은 우리회사에서도 필요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수백명의 신입사원을 뽑아 수습기간을 거치는 관행은 사라질 것이다. 기업은 언제라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만을 필요로 한다.”

[전직 원하는 사람 새 인생설계 「아웃플레이스먼트」업체]

‘이직준비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대량감원시대. 현직에 있을 때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인에게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주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가 국내에도 속속 등장.

아웃플레이스먼트 컨설팅(OPC)은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과거경력 재검토 △새로운 일자리 목표설정 △교육 및 자격증 훈련 △일자리 알선 등의 단계별 이직준비 서비스를 해주는 것. 기간은 약 6개월.

▼ 아웃플레이스먼트 기관

KK컨설팅 02―551―0203∼10

얼라이드컨설팅 02―794―8825

파이오니아컨설팅 02―567―9393

한국표준협회 02―369―8249∼56

한국능률협회 02―719―1425

금융연수원 02―3700―1500

한국생산성본부 02―724―1091∼1110

탑컨설팅 02―852―7033

<전승훈 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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