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예「혼불」모시러 왔습니다』…19일「조국의불」채화

  • 입력 1998년 10월 19일 07시 40분


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예들이 4백년만에 선조의 고향에서 도자기를 굽는 데 필요한 ‘조국의 불’을 채화하는 행사가 당시 도공들의 고향인 전북 남원에서 19일 열린다.

이번 행사는 일본 최대 도요지로 세계적인 도자기의 명가(名家)가 된 사쓰마야키(薩摩燒)의 ‘4백년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것으로 남원시는 한국도자기의 일본 전래 4백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이 축제에 동참했다.

18일 오후 6시반부터 남원시 어현동 관광단지 앞 음악분수대에서 열린 전야제는 심수관(沈壽官·72)씨 등 남원출신 도공의 후예와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관계자 최진영(崔珍榮)남원시장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도공들의 원혼을 달래는 씻김굿과 국악공연 등이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펼쳐졌다.

이에 앞서 심씨 일행은 이날 오후 3시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을 지키다 숨진 병사와 백성들의 위패가 봉안된 향교동 만인의총을 참배하고 고유제(告由祭)를 올렸다.

한편 19일 오전 9시 교룡산성 산신단에서 7선녀에 의해 부싯돌로 채화되는 조국의 불은 정오경 남원을 출발해 당시 도공들이 끌려 갔던 길을 따라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진주 마산을 거쳐 부산에 도착한 뒤 21일 해양대 실습선인 한나라호편으로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가고시마현까지 봉송된다. 이번 행사는 정유재란 당시인 1598년 남원성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이 조국의 점토와 유약은 가져갔으나 도예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을 가져가지 못해 일본의 불로 도자기를 굽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온 선조들의 한을 달래기 위해 마련됐다.

〈남원〓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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