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호메로스와 테레비」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03분


“1만5천6백93행으로 이뤄진 ‘일리아스’의 어느 곳을 펼쳐도 내게는 충격뿐이었다….”

무미건조한 ‘전자정보’가 판치는 미디어 시대. 감각적인 자극을 찾기보다는 삶의 고귀함과 영혼의 울림이 담긴 고전에서 더욱 짜릿하고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책은 마흔여덟살의 영화평론가인 저자가 30년만에 모교인 미국콜롬비아대에 복학해 젊은 학생들과 ‘인문학’ ‘문명론’ 강좌를 들으며 지낸 1년간의 독서체험 기록. 호메로스 단테 플라톤 칸트 헤겔 마르크스 버지니아울프…. 저자는 서구문명에 영향을 미친 고전을 놓고 문체와 사상, 주인공의 말투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고전의 문명사적 의의에 대해 벌어지는 교수와 학생간의 진지한 토론은 비판적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삶과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상실해가는 시대. 고전읽기는 ‘자아를 찾는 작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경제신문사. 13,000원. 555쪽.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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