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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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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장과 교사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이날 경찰이 소환대상으로 밝힌 학부모는 75명. 수강생이 90여명 수준이었던 청담동 H학원의 대부분 학생이 고액과외를 받은 셈이다.
소환대상 학부모는 대개 사회지도층 인사와 강남 일대 부유층. 관세청사무관 은행간부 보험사 이사 전직세무공무원 임대업자 등으로 밝혀진 학부모가 조사를 받았으며 대기업 D제당 이사 L씨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 북새통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은 강남지역 학부모들. 수사 관계자는 “자신이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가 직간접적으로 빗발치고 있다”면서 “정작 참고인조사를 위한 출두통보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아예 끊어버려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자녀도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당에서도 확인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또 재경부와 관세청 세무서 등 주요관청은 물론 대기업 홍보관계자들도 경찰과 언론사로 전화해 ‘정보’를 묻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소환당해 조사를 받은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고액과외’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20여명의 학부모가 소환조사를 받은 27일 “아예 자녀가 과외학원을 다닌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가장의 직업을 밝히지 않고 더러는 자영업자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어 수사관과의 실랑이가 잇따랐다. 고액과외 학부모로 밝혀진 S은행 간부는 전화통화에서 “아내가 뭘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금시초문”이라고 주장했다.
어수선한 것은 일선고교도 마찬가지. 이날까지 배임수재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교사는 19명. 강남구 청담동 Y고와 서초구 반포동 S여고 등 주로 ‘8학군’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6명의 교사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강남구 청담동 Y고는 이날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2학기 개학식을 가졌다.
이번 고액과외 사건의 주범인 H학원 소유자 김영은(金榮殷·57)씨는 93년에도 여의도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고액과외’를 하다 검찰에 구속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경달·이헌진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