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최저가』포문에 E마트 맞불…무한경쟁 돌입

  • 입력 1998년 8월 13일 08시 06분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할인공세에 맞서 국내 대형 할인점들이 일제히 무한경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는 죽기 살기식의 유통전쟁에 돌입하고 있는 양상이다. 저마다 ‘최저가격’을 내세우며 가격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비장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E마트는 12일 “앞으로 모든 상품을 월마트보다 무조건 싸게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마트는 “월마트가 가격을 10% 내리면 우리는 15∼20%씩 내려 최저가 판매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마트는 이에 따라 이날부터 40여가지의 전략품목에 대한 가격인하에 들어갔다.

한국마크로를 인수한 월마트가 12일부터 25일까지 TV 필름 계란 등 12개 품목에 대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할인판매를 시작하자 맞대응을 하고 나선 것. 맞대응 첫날인 12일 하루동안 월마트와 E마트는 두차례 가격인하 공방을 주고받았다.

당초 월마트는 할인판매기간에 한국마크로가 해왔던 것처럼 29인치 보급형 대우컬러TV의 경우 39만8천원에 판매하고 1.5ℓ들이 펩시콜라 1병을 7백45원에 판매한다고 회원소식지를 통해 알렸다.

월마트의 공세를 의식한 E마트는 12일 개점과 동시에 29인치 대우컬러TV를 월마트보다 3천원 싼 39만5천원에 판매하고 펩시콜라도 7백30원에 파는 등 맞불작전을 폈다.

E마트가 자사보다 싸게 가격표를 붙이자 월마트는 이날 오후 대표적인 할인상품인 대우TV를 39만4천원, 펩시콜라를 7백25원으로 추가인하했고 이에 맞서 E마트는 오후5시부터 다시 가격을 내려 대우TV를 39만2천원, 펩시콜라를 7백원에 팔았다. 시시각각 가격표가 변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월마트와 E마트간의 할인경쟁이 본격화하자 삼성의 홈플러스와 그랜드마트 등 다른 할인점들도 ‘업계 최저가 수준의 가격인하’를 선언하고 13일부터 가격인하경쟁에 가세한다.

이는 구매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는 월마트가 국내업체의 만만치 않은 저항을 받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월마트는 실제 예기치 않은 복병으로 고전하고 있다. 농심 제일제당 동원산업 오뚜기 등 식료품 제조업체들은 12일 월마트가 다른 업체보다 20∼30%까지 싸게 상품을 공급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월마트가 경쟁업체에 비해 특별히 지불조건이 좋지도 않고 구매력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것은 지나친 억지라는 게 이유.

채소 등 신선식품의 경우도 산지 등을 중심으로 대량 매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여의치 않은 실정.

관련업계에서는 한국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월마트가 당분간 고전하겠지만 세계적인 유통망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공세를 펼친다면 제조업체의 굴복은 시간문제며 가격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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