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사랑의 쌀통」…성당서 불우이웃돕는 보물단지

입력 1998-07-16 19:38수정 2009-09-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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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보화를 퍼내고 퍼내도 줄어들지 않는 보물단지 ‘화수분’. 그 전설속의 보물단지가 요즘 인천지역 몇몇 성당에 등장했다.

이 화수분에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IMF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랑의 흰쌀이 그득하다.

사랑의 화수분이 등장한 것은 4월. 인천 간석2동 성당의 호인수주임신부와 신자들은 “5,6년 전부터 여러 성당에서 벌이고 있는 쌀 모으기 운동을 사순절 등 특별한 때만 할게 아니라 성당 현관에 쌀통을 놓아두고 누구든 쌀을 넣고, 누구든 마음대로 퍼가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일자리를 잃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지만 쌀을 직접 갖다주면 자존심 상할 수 있으니 아무 때고 필요할 때 가져갈 수 있게 하자는 배려도 담겨 있었다.

‘아무도 안 지키면 곧 바닥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미사를 보러온 신자들이 핸드백이나 주머니에 담아온 쌀 한줌씩이 소리없이 쌀통을 메웠다. 가득 찼던 쌀통은 바닥을 보이다가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차올랐다. 집에서 밥할 때 어머니가 따로 조금씩 모아놓은 쌀을 들고 와 몰래 쏟아넣고 가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이 소식은 이웃 성당들로 퍼졌다. 부천 소사3동 성당은 지난달부터 사람 왕래가 뜸한 본당 지하계단 입구에 쌀통을 놓았더니 역시 화수분이 됐다. 가끔은 흰쌀 속에서 라면도 나왔다.

호인수신부는 “쌀을 퍼가는 사람도, 쌀을 담아넣는 사람도 한번도 본적 없지만 쌀통은 계속 줄었다 가득 찼다 한다”며 “신자들과 이웃들의 따뜻한 나눔의 정신이 평범한 쌀통을 신비한 화수분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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