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탱고레슨」,탱고로 전하는 중년의「불꽃사랑」

  • 입력 1998년 6월 30일 20시 02분


“왜 탱고를 선택하셨죠?”

“제가 탱고를 선택한게 아니고 탱고가 저를 선택한거죠.”

버지니아 울프 원작 ‘올란도’의 영화감독으로 이름난 샐리 포터(49)가 각본 감독 주연한 ‘탱고 레슨’의 한 토막이다.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감독이 “탱고는 인생을 걸어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듯이 이 대사에 ‘탱고’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어떤 말을 대입해도 진리처럼 다가온다. 왜 사랑을 선택하셨죠? 왜 이 인생을, 직업을, 혹는 그 남자를….

영국의 영화감독 샐리는 작품 구상차 들른 파리에서 우연히 탱고 공연을 보게 된다. 애절한 음악 속에 관능적 포옹, 삶의 기쁨과 상실의 슬픔까지 담긴 스텝. 춤에 이끌린 샐리는 남자 무용수인 파블로 베론에게 탱고 레슨을 청한다.

샐리는 파블로와 육체로 말하는 또다른 언어, 탱고에 빠져들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데….

‘탱고 레슨’이 관객에게 주는 레슨 한가지는 춤과 인생이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스텝을 밟기 전에 잘 생각하세요. 일단 밟으면 바꿀수 없으니까.”

“무대에서 강해지려면 모든 잡념을 버려야 해요. 강함은 침착에서, 빠름은 느림에서 비롯되죠.”

이 영화를 찍기까지 샐리의 현실과 영화는 사실 그대로나 다름없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자아를 그대로 반영한다. 춤추는 파블로가 “아무 생각없이 나에게 맡기라”고 해도 페미니스트 감독인 샐리는 여성의 능동성을 포기하기 싫다. 그러나 사랑은 모든 것을 허용하는 것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샐리는 파블로와 뜨겁고 열정적인 탱고를 추며 “춤을 출 땐 모든게 확실해요. 오래전부터 당신을 안 것 같은 느낌이죠. 당신은 나…난 당신…”하고 노래를 부른다.

여자 나이 마흔아홉에도 불꽃같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준 그는 어려서부터 댄스를 시작, 가수 작사가 안무가로 분주한 삶을 살았다. 탱고 댄서로 출연한 파블로 베론 역시 아르헨티나에서 최고의 무용수로 꼽히는 인물. 이 영화에서 춤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사랑과 탱고라는 격정적인 재료를 차가운 북극의 눈으로 찍어낸 흑백의 영상미다. 센 강변에서 유람선과 가로등의 아롱이는 불빛 사이로 춤추는 두사람의 탱고는 중년의 사랑도 충분히 눈부실 수 있음을, 그러나 생의 마지막 몸부림같은 눈물겨움을 전해준다. 7월3일 개봉.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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