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황상연사장, 한달 맞춤양복 150벌 지어

  • 입력 1998년 6월 21일 20시 26분


IMF시대에 매달 1백50벌의 맞춤양복을 만들어내는 양복점이 있다. 앳된 얼굴의 총각 황상연씨(27)가 운영하는 서울 동대문의 ‘손바느질 양복점’. 현상유지 정도하던 아버지(58)로부터 물려받은지 4년만에 ‘발딱’ 일으켜 놓았다.

“사람마다 골격이 천태만상이라 기성복보다는 맞춤양복이 편안해요. 바느질공정의 80%를 손바느질로 하니까 오래 입어도 변형이 없고요.”

맞춤양복은 비싸고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 그는 한번도 맞춤양복을 입어보지 않은 고객을 끌기 위해 ‘일단 한번 입어보시라니까요’전략을 끊임없이 짜냈다.

우선 가격파괴. 40만원이던 양복을 ‘11년 전 가격’인 18만원으로 내렸다. 헌 양복을 가져오면 새 양복값 5만원을 깎아주고 다섯 벌 맞추면 한 벌은 공짜.

대학을 찾아가 졸업예정자들을 공략, 1백벌을 팔았고 턱시도를 공짜로 빌려줘 결혼예복 고객도 잡았다. 양복 안에 기술자 이름을 새겨두는 ‘기술자실명제’도 실시. 고객 신체치수를 컴퓨터에 입력, 두번째 맞춤부터는 집에서도 주문할 수 있게 했다.

“고등학교 때 ‘신의 축복을 알 수 있는 척도는 돈이다’는 칼뱅의 얘기가 충격적이었어요. 돈은 젊을 때 열심히 일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성공의 비결은? 남대문시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부터 인정받은 탁월한 장사솜씨에 경영학과 졸업, 패션디자인학원 3년 수료의 노력이 더해진 것. 양복기술과 경영을 함께 가르치는 학원을 열고 제자들이 손바느질 양복점 지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다. 02―763―4104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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