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필 창단 10주년 기념연주회

  • 입력 1998년 6월 18일 07시 08분


“끊임 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에 나오는 천사들의 합창이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파우스트적 ‘노력과 구원’을 주제로 창단 10주년 기념연주회를 갖는다.

18일 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88년 창단이래 높은 기량과 도전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는 자신감의 표현일까.선보일 두곡의 ‘파우스트 음악’은 바그너 ‘파우스트 서곡’과 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사랑과 헌신을 통해 구원을 얻는 파우스트는 바로 순수함의 회복을 뜻합니다.

뚜렷한 가치관이 사라진 이 시대, 순수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창단이후 악단을 이끌어온 지휘자 임헌정(서울대 음대 교수)은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이것이야말로 신의 신비에 다가갈 수 있는 예술임을 느낀다”며 음악에 깃든 영혼의 정화기능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얻은 노학자 파우스트. 순결한 처녀 그레첸을 파멸로 이끌기도 하지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많은 사람을 돕는 길로 나선다. 악마는 계약대로 파우스트의 영혼을 앗아 끌고가려 하나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을 본 파우스트는 절정의 희열과 함께 구원에 이르게 된다.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은 관현악과 테너 독창, 남성 합창이 등장하는 대작.

악장마다 각각 파우스트, 청순한 소녀 그레첸,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상징한다.

바그너의 ‘파우스트 서곡’은 습작에 가까운 청년시절 작품이지만 ‘독일적인 것’에 대한 작곡가의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극적인 작품.

명작속의 가상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번 연주회에서 보듯 임헌정의 부천필은 창단 이후 끊임없이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콘서트의 ‘표준안(案)’을 무너뜨리려 노력해왔다.

90년 ‘바흐와 쇤베르크’, 93년 ‘바르토크의 밤’등 특정 연주가를 소재로 삼은 집중 연주는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콘서트로 육중한 파장과 함께 국내 다른 악단에 반성의 소리를 불러 일으켰다.

“현대음악을 위주로 한 기획 연주가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는 청중층을 구축하는데는 도움이 되죠.”

임헌정은 앞으로 ‘재원문제가 해결된다면’ 말러 교향곡 8번, 구노 오페라‘파우스트’등의 연속연주를 통해 파우스트적 ‘노력과 구원’을 거듭 조명할 계획이다. 11월에는 브루크너 음악을 주제로 창단기념연주회의 ‘시리즈 2’를 무대에 올릴 예정. 032―655―0012(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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