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황경식/김광수著 「증명과 설명」「탐구와 논리」

  • 입력 1998년 6월 16일 07시 37분


최근 수년이래 봇물 터지듯 쏟아진 논술서가 몇 백종을 헤아리고 그 중 어떤 책은 수백만부가 팔렸다 하니 그야말로 단군이래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논리와 논술은 시대의 요청일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시대를 다소 과장하면 가히 ‘논리 논술의 시대’라 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입하고 암기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교과서 속에 정리된 정보를 인풋하고 메모리하는 교육, 그것은 인간교육이기 보다 차라리 불완전한 컴퓨터를 양산하는 기계교육이라 부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그 같은 기계적 교육 속에 인간으로서 우리의 자율적 사고와 갖가지 상상력은 시들고 고갈되어 왔다.

김광수 교수는 논리 논술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에 이미 시대적 요청을 절감하고 1990년 ‘논리와 비판적 사고’라는 저술을 출간하였으니 이른바 논리 논술의 시대를 미리 예견한 선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김교수는 95년부터 신문과 잡지에 ‘논리와 글쓰기’ ‘청소년 철학교실’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 곳에 게재한글들의 스타일과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과일반인들을 위한 ‘비판적 사고’시리즈를 출간했다.

이 책들은 한 철학교수가 달래와 바우라는 두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법을 가르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한 논리책과 구분되는 것은 때때로 철학적 문제를 포함한 중요 쟁점사항에 대한 논의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곁들이는 등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철학 교수가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일상의 온갖 소재를 가지고 교수와 학생간에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대화식으로 꾸몄으며 교과서나 신문 그리고 세계적인 위인들의 명문에서 가려뽑은 예문으로 구성한 본문과 실전연습문제 등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진미는 실제로 읽어가는 데서 우러나온다. 그의 글은 소설적 재미와 더불어 그의 특유한 재치와 유머 감각이 곳곳에서 번득이고 있으며 가끔은 독자 혼자서 한바탕 배꼽을 쥐게끔 만든다. 논리서에 조미료같이 곳곳에 뿌려진 그의 유머는 그것이 메마른 논리서라기 보다는 우리의 논리적 능력과 더불어 인생과 세계를 바라보는 식견과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수준높은 교양서같은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황경식(서울대철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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