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베스트셀러에 끼고 보자』 사재기病 도져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서점가에 ‘사재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출판사가 대형서점에 내다판 책을 되사는 사재기는 한동안 주춤하는 듯 했으나 최근 고질병이 다시 도지고 있는 것.

작금의 사재기는 출판계의 불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예전에는 수백권씩 사재기를 해야 했으나 요즘은 몇십 권만 사들여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당장 영향을 미친다. 심한 경우 열몇 권만 빠져나가도 부문별 순위가 껑충 뛰어오른다.

사재기는 엄연한 ‘여론조작’. 하지만 제재수단이 마땅찮다.

서점측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며 싫지않은 눈치고,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사재기에 따른 출혈은 ‘베스트셀러 가수요(假需要)’로 얼마든지 메울 수 있다는 계산.

결국 독자들만 베스트셀러라는 거품 속에서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점 관계자는 “작년 사재기 파동이 일었을 때 들통이 난 출판사들이 대부분 ‘초짜’거나 ‘무대포’였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지능적인 상습범들은 더욱 교묘하게 사재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출판인은 “최근 서적 도매상 부도사태가 출판사들의 신간 위주, 베스트셀러 위주 영업에 기인한 만큼 사재기 풍토는 매우 우려할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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