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만의 피아노연주」들어보세요…라울 소사 내한공연

  • 입력 1998년 6월 9일 07시 11분


“악수를 모르는 그대, 왼손을 위하여….”

시인 김석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중 한부분이다. 시제(詩題)로 쓰인 ‘왼손을…’은 작곡가 라벨이 1932년 친구인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쓴 협주곡 이름. 1차대전에 참전해 오른손을 잃은 친구를 위해 왼손만으로 화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90년대의 비트겐슈타인’라울 소사가 온다. 오른손 불구라는 핸디캡을 극복한 의지의 피아니스트 소사는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질 예정.

캐나다 출신인 그는 쇼팽 콩쿠르, 반 클라이번 콩쿠르 등에서 상위입상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79년 큰 불운을 겪었다. 길에서 미끄러지며 오른손으로 땅을 짚었는데 그뒤로 오른손 세번째, 네번째 손가락을 못쓰게 된 것. 피아니스트로서는 ‘사망선고’와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절망하기 보다 왼손의 기능을 최고로 연마하는 한편 왼손을 위한 피아노곡 레퍼토리를 찾아나갔고 드디어 왼손만으로 화려한 기량을 선보이며 재기했다. 소사의 연주모습은 몬트리올 ‘라 프레스’지의 표현으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소사는 다섯 손가락만으로 아르페지오(분산화음), 트레몰로(두음을 빠르게 번갈아치며 떠는듯한 효과를 내기), 온갖 화음과 멜로디를 동시에 낼 수 있다.” 지금 그는 몬트리올 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인트 레너드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1인3역으로 뛰고 있다. 02―722―1319(오퍼스21)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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