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영화보고 스크린으로 월드컵관전』…극장가 이색마케팅

  • 입력 1998년 6월 8일 07시 33분


10일 열전의 막을 올릴 프랑스 월드컵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훼방꾼이다.

하필이면 여름 대목이 시작될 즈음에 떡하니 버티고 들어서 관객들을 낚아채갈 것이 뻔하기 때문.

예년같으면 6월은 한 주에 5편 안팎의 영화가 개봉돼 흥행경쟁을 벌이는 여름 성수기 전초전의 마당이었다. 지난해는 ‘맨 인 블랙’ ‘단테스 피크’ ‘볼케이노’ ‘쥬라기공원2’ 등 흥행 대작들이 잇따라 6월에 개봉됐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달 개봉영화는 한 주에 2,3편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호스 위스퍼러’ ‘위대한 유산’ 등 여성취향이거나 ‘태평천국의 문’ ‘록키 호러 픽쳐 쇼’ 등 소수의 특정관객을 겨냥한 영화들.

반면 흥행성이 높은 액션영화나 대작들은 월드컵을 피해 5월에 앞당겨 개봉했거나 7월 이후로 개봉시기를 늦췄다.

의외로 올 여름 블록버스터의 대표격인 ‘고질라’가 27일 개봉하지만 이것도 한국대표단이 뛰는 예선전 경기가 25일로 모두 끝난다는 계산에 따라서다.

우리 대표단이 16강에 진출하지 않는 한 월드컵의 열기가 한풀 꺾여있을 때다.

월드컵의 여파로 극장들이 한산해지다보니 그동안 대작들에 밀려 극장을 잡지 못했던 영화들이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기도 한다.

13일 서울극장에서 개봉하는 홍콩영화 ‘마영정’이 바로 그런 경우.

비디오 출시사들도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의 출시 일정을 앞당기거나 늦춰 잡았다.

CIC는 10일로 예정됐던 ‘키스 더 걸’의 출시일정을 1일로 변경했고 DMV도 ‘피스메이커’의 출시일을 1일로 앞당겼다.

그러나 꼭 피하기만 할쏘냐. 월드컵을 영화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역(逆)발상 마케팅’도 등장했다.

서울 허리우드극장은 13,20일 두차례에 걸쳐 영화 심야상영과 함께 극장의 70㎜ 대형 스크린으로 월드컵 예선전을 관람하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

밤12시부터 다음날 오전5시까지 공포영화인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한국 대 멕시코전(13일), 한국 대 네덜란드 전(20일)을 대형 화면으로 관람하는 행사다. 극장측은 이 자리에 수도권 지역의 프로축구 구단과 응원단인 ‘붉은 악마들’을 초청해 응원전도 펼칠 예정이다.

영화기획사 프레임25도 13일 밤9시부터 다음날 오전5시반까지 서울 대한극장에서 액션영화인 ‘모스트 원티드’시사회와 ‘웨딩 싱어’관람, 월드컵 한국 대 멕시코 전 관람을 패키지로 묶은 행사를 연다.

“위기도 기회다. 어차피 월드컵을 피하지 못할 바에야 어떻게든 월드컵과 연관시켜 그 인기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 기획사측의 설명.

또 현재 상영중인 공포영화 ‘여고괴담’의 주연배우 이미연은 ‘귀신도 원한다, 월드컵 1승!’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국 축구팀이 월드컵 1승을 할 경우 자신의 개런티중 5백만원을 추첨을 통해 관객들에게 축하금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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