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신토불이 향토물산전」 알뜰주부에 인기

  • 입력 1998년 5월 7일 20시 05분


“한약을 먹여 키운 한우고기 맛은 어떨까. 외국에서도 약재를 사료로 쓰고 있을까.”

주부 이모씨(서울 영등포·39)는 얼마전 주변 K백화점에서 열린 ‘봉화특산물전’에서 ‘한약우’ 한근을 사고 뿌듯했다. 현지에서 직접 한약우를 키웠다는 농민의 친절한 설명까지 듣고 나니 고기의 육질도 튼실하게 느껴져 주저없이 셈을 치른 것.

이씨는 이 백화점에서 올들어 남해안 건어물전, 제주 특산물전, 전남 물산전, 경북 봉화 특산물전 등 모두 네번 열린 향토물산전마다 단골고객이 되어버렸다. 현지로부터 직송돼 가격이 싸고 제품도 신선해 믿음이 가기 때문. 이씨는 “앞으로 이런 행사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장바구니를 들고 옆의 봉화딸기와 잡곡류코너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빚어낸 백화점의 새로운 풍경. 해외풍물전이 사라지고 신토불이 물산전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지난해 크고 작은 행사를 합쳐 9회로 가장 많이 해외풍물전을 열었던 경방필의 경우 올해는 3월에 단 한차례 이 행사를 가졌다. 그나마 한번 연 행사도 작년 재고상품들을 그대로 내놓아 새로운 풍물로는 한번도 안 연셈.

보통 1년에 3,4회의 해외풍물전을 갖는 대형백화점도 비슷한 상황. 지난해 3회의 큰 행사를 치렀던 롯데 갤러리아와 96년 3회, 97년 2회의 행사를 가졌던 현대는 올해 단 한번도 해외풍물전을 열지 않았다. 작년에 호주 고대이집트 영국명품전 등 호사스러울 정도의 행사를 가졌던 신세계도 올해는 전무한 상태.

반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신토불이’의 토속 풍물들. 지난 한해동안 평균 3,4회의 행사를 치렀던 대부분의 백화점이 올해는 이미 3,4회를 넘어섰다.

경방필 그랜드 그레이스 등은 이미 3,4회의 향토물산전을 끝낸 상태. 메뉴도 다양해 팔도의 명물이 한번씩은 서울 땅을 밟았다는 이야기가 백화점업계에선 이미 새롭지 않은 사실.

신세계도 올들어 6회의 향토물산전을 가졌다. 신세계는 앞으로 매달 1회의 산지 직송전도 열 계획.

이에 대해 주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전업주부 진모씨(33)는 “해외 풍물전이 열리면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없어지니까 우리 토속제품의 장점이 더 돋보여 좋다”고 한마디.

해외풍물전을 꺼리는 것은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IMF 이후 외국산 액세서리를 찾는 고객은 크게 줄어든 반면 얼마전까지 열린 향토물산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놀랐다”며 “고객이 외면하는 해외풍물전으로 달러를 쓰며 욕 먹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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