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광주대교구등 성지순례코스 개발

  • 입력 1998년 2월 12일 08시 27분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땅의 순교자들.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희미해가는 신심에 불을 지피고 교회의 참모습을 되찾자. 한국천주교 2백여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선조들의 신앙을 체험하는 성지순례답사코스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와 제주교구는 선교 1백주년을 맞아 가톨릭신문사와 공동으로 이달 25일부터 3월3일까지 전남 제주지역 순교성지 및 교회사적지 도보 순례 행사를 개최한다. 광주시 망월동 5.18묘역에서 출발해 강진 다산초당, 몽탄 이내수신부 묘소, 목포 산정동성당 순교자묘역, 추자도 황경현묘소, 제주관덕정, 황사평(黃蛇坪)묘역, 모슬포성당, 추사김정희 유배지 등을 돌아본다. 이내수신부(1862∼1900)는 호남 최초의 한국인사제로 1897년 서울 약현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아 목포 산정동성당에 부임했다. 제주시 관덕정은 1901년 제주 민란때 1백70명의 신자들이 처형됐던 정자. 순례기간중 26일 오전 10시 5.18묘역에서 광주대교구 윤공희대주교의 집전으로 미사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28일 황경현묘소, 3월1일 황사평묘역, 3월2일 정난주묘소에서 특별미사를 올린다. 정난주는 백서사건으로 처형당한 황사영의 부인으로 제주로 유배가 관비(官婢)로 생을 마쳤다. 모친 정난주가 유배될 당시 두 살이었던 황경현은 추자도의 뱃사공에 맡겨져 그곳에서 평생을 살았다. 서울대교구 한국천주교순교자현양회는 서울시내 주요 천주교 사적지 5곳을 둘러보는 성지순례코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순례코스는 오전 9시반 명동성당을 출발해 서소문 순교자현양탑―당고개 순교기념탑―서부이촌동 새남터를 돌아본 뒤 오후3시 서울 마포 절두산성당에서 끝난다. 명동성당은 1785년 초기 천주교인들이 교리연구모임과 신앙집회를 가졌던 역관 김범우의 집터에 세워진 유서깊은 건물. 순교자현양탑은 천주교의 첫 영세자인 이승훈 일가 4대를 비롯해 성인만 44명이 나온 처형장 자리에 세워졌다. 두번째 한국인 신부인 최양업신부의 부친 등 9명의 성인을 낸 당고개 순교기념탑과 중국인 주문모 프랑스인 앵베르 김대건 등 11명의 사제가 순교한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새남터성당을 거친다. 지난해 사적으로 지정된 절두산성지는 천주교신자 1만여명의 피가 뿌려진 곳. 순교기념관에 김대건 최양업신부의 유품, 순교 성인 28명의 유해, 형구 등이 보관돼 있다. 순교자현양회는 단체의뢰가 들어올 경우 안내자를 파견하고 있으며 3월부터는 지방으로 확대해 1박2일코스나 2박3일 코스로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체육부는 초기 박해시대 순교자들의 탄생지와 순교지 주요 활동지들을 1박2일, 2박3일 등 네가지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국내여행사와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1779년 남인학자들이 서적을 통해 천주교 신앙을 형성해 나간 천주교 발상지 경기 광주 천진암, 19세기 박해를 피해 교우촌이 형성됐던 경기 안성 미리내성지, 김대건신부가 태어난 충남 당진 솔뫼마을, 최양업신부의 묘소가 있는 충북 제천 배론성지 등이 꼽힌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한국천주교는 외국선교사들의 선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신앙공동체를 형성한데다 엄청난 박해를 딛고 신앙을 지킨 독특한 역사때문에 필리핀 유럽 등 외국에서도 성지순례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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