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복싱]『샌드백 치는 여자가 아름답다』

  • 입력 1998년 1월 25일 19시 14분


“여성들이여, 권투를 도발하자.” 복싱은 더이상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을 위한 ‘미용복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샌드백을 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믿어온 헤어디자이너 김재욱씨(40). 새해초인 5일 무료 미용복싱 교실을 열었다. ‘남자 미용사가 무슨 권투를 가르쳐’라고 의아심이 부풀지도 모른다. 그런 걱정일랑은 아예 말라. 김씨는 81년 태국에서 당시 WBA 세계 랭킹 2위인 봉그라이트와 싸워 다운을 뺏어냈던 잘나가는 권투선수였다. 아마추어와 프로 시절에 단 한번도 다운되지 않을 만큼 유망주였다. 불행히도 오른손 관절 부상 탓에 스물다섯의 꿈많은 나이에 8년간의 복서 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사람. 이제 그는 가장 아끼는 두가지, 복싱과 미용을 하나로 묶어 창안한 여성권투 보급에 발벗고 나섰다. 그래서 미용복싱교실은 그가 운영하는 미용실인 서울 양재동 ‘김재욱헤어가이드’(02―578―2237)에서 열리고 있다. 커트나 파마를 하러온 여성 고객에게 김씨는 “권투 한번 해보세요”라고 권한다. 가위와 헤어드라이기가 어지러운 미용실 한쪽에는 육중한 샌드백과 펀치볼 글러브가 늘 갖춰져 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근육이 무척 적어요. 때문에 근력이 부족하게 마련입니다.” 김씨는 복싱이야말로 여성에게 가장 알맞은 스포츠라고 주장한다. 미용실을 찾는 손님들은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이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여성들이 알아서 샌드백을 찾는다. “퍽퍽, 우와, 신난다!” 미용실에는 빨간 립스틱의 젊은 여성들이 물찬 제비처럼 샌드백을 신나게 두들기는 풍경이 자주 벌어진다. 김씨는 고객들에게 각자 체력 조건에 맞도록 샌드백과 줄넘기 등을 추천하고 기본자세와 펀치폼을 틈틈이 가르친다. 단골손님이라는 강경희씨(25·회사원)는 “권투를 직접 해보니까 생각 밖에 너무 재미있고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며 “샌드백을 잠깐만 쳐도 아랫배가 단단해질 만큼 운동량도 많고 살까지 빠져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에어로빅류의 여성운동은 살만 빠지지 근력은 잘 안생긴다”며 “복싱을 배운 여성 중에는 변비까지 사라졌다는 사람도 있다”고 권투 예찬론을 폈다. 여성이라고 이제 함부로 얕보지 말라. 카운터펀치에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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