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大 교수부부,자녀 혼례비용 500만원에 해결

  • 입력 1998년 1월 19일 20시 58분


지난해 한국인의 평균 혼례비용(혼수 의례 주거비 등)은 1쌍당 7천5백39만원. 그러나 네 자녀를 모두 이의 15분의1 수준인 5백만원대의 ‘파격적 비용’으로 결혼시킨 부모가 있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이근후(李根厚·62·신경정신과)교수와 같은 학교 사회학과에 재직중인 부인 이동원(李東瑗·60)교수 부부가 주인공. 사회적 명망과 재력을 동시에 갖춘 이들 부부의 ‘혼례비 파괴’는 특히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 이들 부부는 두 아들과 두 딸의 결혼식을 모두 이화여대 중강당에서 거의 무료로 치렀고 피로연도 대학 구내식당에서 1백만원 이내로 마쳤다. 결혼 전 사돈댁과의 상견례 장소도 호텔 커피숍이 아니라 평소 이들 부부가 자주 가던 이대 후문의 된장찌개 집으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사돈댁에게 검소한 결혼식을 치르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들을 결혼시킬 때 “그래도 뭘 좀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신부측 부모의 이의 제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딸의 경우는 좀 힘들었다. 신랑 부모측에서 ‘안주고 안받기’제의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기 때문. 그러나 서로 양해가 이루어져 결혼을 치른 뒤에는 이것이 오히려 사돈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밑거름이 됐다. 의사 부부인 큰딸 내외의 결혼 때는 이동원교수가 집에서 간직해오던 금반지를 녹여 만든 한돈 반짜리 순금 가락지와 사학연금재단에서 구입한 10만원짜리 시계 및 작은 장롱 하나가 예물의 전부였다. 자녀들은 이교수가 가지고 있던 콘도회원권을 이용해 제주도 경주 속초 등지로 신혼여행을 갔다. 며느리는 결혼 후 적어도 6개월 이상 시댁에서 살아 ‘한집안 식구’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교수 부부의 지론. 당연히 자녀들에게 집을 마련해줄 일도 없었다. 딸들은 결혼 후 시댁으로 들어갔고 두 아들은 이교수집에서 함께 살다가 유학을 떠났다. 천문학을 전공한 뒤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큰아들은 현재 전셋집에서 살고 있고 막내아들은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결혼비용으로 쓴 액수는 25조2천억여원. 이는 우리나라 세출예산의 45%에 달하고 IMF 구제금융액수의 4분의1에 달한다. 혼수품 때문에 파혼에 이른 제자들을 많이 봐왔다는 이동원교수는 “우리식의 과도혼수와 호화결혼식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