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씨,춤자료관 열었다…『30년간 모은 자료 한눈에』

  • 입력 1998년 1월 12일 19시 48분


품이 넉넉한 코트에 중절모자,실내에서도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춤판이 펼쳐지는 곳에는 언제나 그가 있다. 시인이자 화가이기도 한 무용평론가 김영태(62). 최근 일곱번째 무용평론집 ‘사라지는 사원 위에 달이 내리고…’(눈빛 출판사)를 막 펴냈다. 하지만 홀가분함을 누릴 새가 없다. 30여년 동안 모은 수천점의 무용자료들을 일일이 분류하고 번호를 매기고…. 그는 분신처럼 아껴온 이 자료들을 정리해 내년 3월 완공되는 김영태춤자료관으로 ‘시집’보낼 예정이다. 자료관은 내년에 개교하는 ‘상명·볼쇼이발레학교’(가칭)내에 세워진다. 지난해 5월 상명대 모교수가 그의 17평 아파트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방대한 자료들을 보고 자료관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개인이 소장한 춤자료를 한자리에 모은 상설전시관이 생기기는 이번이 처음. 누가 시켜서, 부탁해서도 아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춤구경. 그러나 단순한 구경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즐기고 음미한 춤의 현장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글로 남겨왔다. 팽팽한 육체들이 끊임없이 짓고 허물어내는 선과 면과 입체들도 막이 내리면 그뿐. 덧없이 사라지는 육체의 아름다움이 안타까워서다. 그동안 그가 일일이 쫓아다니며 모은 무용공연의 포스터 팜플렛 프로그램 티켓 초대장만 해도 몇 트럭분. 시적 이미지가 듬뿍 담긴 공연리뷰, 꿈틀거리는 선으로 재빠르게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소묘(素描), 춤과 그림이 담긴 시(詩)…. 그가 기증할 자료는 69년부터 지금까지 모은 △각종 일간지 춤기사 △포스터 전단 초대장 등 공연자료 △누레예프, 바리시니코프, 폰테인 등 세계 유명무용가 사진집 △일본과 미국의 무용전문지 △무용가들의 육필편지 △자신이 그린 예술가의 초상 △국내 무용가사진 등. 여기에는 7권의 무용평론집과 시집 자료집 등 40여권의 저서도 포함돼 있다. 무용자료 소장가로서 그는 무용전문지 ‘춤’발행인 조동화와 쌍벽을 이룬다. 조동화는 60년대 이전, 김영태는 60년대 이후 자료를 주로 모았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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