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앞에서 슬퍼하는 여인, 아이를 낳고 있는 여인, 지게에 항아리를 지고 가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그리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1천5백년전 신라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흙조각품(토우·土偶)이 한자리에 모였다.
내년 2월1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관장 강우방)에서 열리는 「신라 토우―신라인의 삶, 그 영원한 현재」특별전.
문화유산의 해 끝자락, 신라문화의 보고 경주에서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서툰듯 세련된 절제미,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신라인의 생명력, 익살과 해학, 질박한 심성과 여유 등. 불과 5㎝ 안팎의 크기에 신라인의 모든 것을 담은 토우작품 3백5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주검 앞에서 슬퍼하는 여인은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
토우는 점토로 빚은 인물상을 말한다. 넓게는 호랑이 원숭이 등 동물과 생활용구를 표현한 것도 포함한다. 고구려나 백제에는 없었고 5, 6세기 신라지역에서만 성행한 것이다. 당시엔 풍요와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목적이나 무덤에 넣기 위한 부장품으로 주로 만들어졌다.
신라토우의 아름다움은 철저한 생략과 추상화된 얼굴표정 등 고도의 단순미, 그리고 단순함에 감추어진 조형미에 있다. 능청스러울 정도의 단순함이야말로 흙 다루는 솜씨가 수준급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신라토우는 고고학 미술사연구에 있어 처녀림과 같다. 지금까지는 그저 단순한 소개 정도에 그쳤기 때문.
경주박물관은 그래서 이번 특별전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신라인의 삶과 미의식을 피부로 느끼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