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파는 포장마차…귀순부부,독지가 도움받아 개업

  • 입력 1997년 12월 8일 20시 04분


『이제라도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니 새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집단 탈북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가족을 이끌고 귀순한 김경호(金慶鎬)씨의 일가족중 둘째딸 김명실씨(37)와 남편 김영환씨(35). 이 부부에게 가장 기쁜 일은 아들 충진군(8)과 딸 충심양(5)의 밝아진 얼굴이다. 이들은 지난 1년간 북에서 탈출하며 품었던 「분홍빛 꿈」을 실현시키려고 안해 본 일이 없지만 「낯선 땅」의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다. 남편 김씨는 북에서 중견 공무원이었던 경력으로 어렵지 않게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특별한 기술이 없는 김씨를 받아주는 「맘 좋은」직장은 없었다. 결국 김씨부부가 선택한 것은 「몸으로 때우는」 막노동. 하지만 허약한 체질의 김씨부부는 하루 일하면 며칠을 누워 지내야만 했다. 생활비로 「곶감 빼 먹듯이」 써버린 정착지원금 3천만원은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급해진 김씨부부는 남은 돈을 모두 모아 지난달 초 포장마차를 차리는데 투자했으나 영업을 시작한지 열흘도 못돼 구청 가로정비계에서 포장마차를 싣고 가버렸다. 남쪽에서의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던 김씨부부에게 「희망의 소식」이 날아든 것은 지난달 20일경. 남편 김씨가 운전을 배우던 모자동차학원에서 김씨가족의 어려움을 전해듣고 학원내에 자리를 마련, 포장마차를 운영토록 해 준 것이다. 학원직원들은 또 메뉴판까지 손수 써 붙여주는등 동포애를 발휘했다. 자동차학원장 임모씨(37)는 『사선을 넘어 찾아온 사람들을 누군가는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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