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낙원동 163 신아산빌딩 402호. 번잡한 종로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탑골공원옆 후미진 골목안 한 건물에 자리잡은 「컴퓨터 봉사회」의 10평짜리 사무실은 고물컴퓨터로 꽉 채워져 있다.
93년 컴퓨터 프로그래머, 전산과 학생, 학원강사 등 50여명이 모여 만든 이 모임(회장 한성원·韓聖源·37·학원강사)은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고민을 상담하고 해결해 주는 「컴맹의 전화」로 잘 알려져 있다.
회원들은 요즘 구형컴퓨터를 버리는 사람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해부터 「중고 컴퓨터 함께 나눠쓰기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
286이나 386급 등 사람들이 버리려 하는 중고컴퓨터를 기증받아 손을 본 다음 고아원 장애인단체 양로원 등에 갖다주고 무료교육도 실시한다. 성남 자애원의 집, 중국노동자센터, 파주 은혜의 집, 안양 사랑공동체 등에 이미 1백50여대의 컴퓨터를 기증했다.
『컴퓨터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불우한 노인들은 보통 학생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286컴퓨터만 얻어도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회원들은 낡은 컴퓨터 3대만 있으면 쓸만한 부품을 떼내 제대로 움직이는 컴퓨터 한대를 만들어 낼 정도의 전문가들이지만 구할 수 있는 컴퓨터가 턱없이 부족해 고민이다.
『안쓰는 컴퓨터가 있으면 연락만 주십시오. 저희들이 달려가가져다 정말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02―3673―4482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