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요』 이민희망자 급증…불황-사회불안 반영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부도사태와 실직자 명예퇴직자가 늘어나는데다 최근에는 올 연말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진흙탕싸움」식 폭로전까지 발생해 사회불안이 커지자 이민을 떠나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이민을 알선하는 해외이주공사가 2년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4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7개 업체가 성업을 누리고 있다. 이들 이주공사에는 올해 들어 이민에 필요한 자격과 절차를 문의하는 사람이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두배까지 늘었다. 서울의 한 이주공사가 9, 10일 이틀간 개최한 해외이주 설명회에 참석한 인원은 매회 평균 1백명 가량. 지난해 평균 참석인원이 40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해외이주 설명회에 참석한 김상식(金商植·41)씨는 종업원 40명이 연 매출 15억원 정도를 올리던 회사를 지난 10년간 운영해오다 모기업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지난해 덩달아 부도난 중소업체 사장 출신. 김씨는 『지난 1년간 재기하려고 몸부림을 쳐봤지만 지금같은 경제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 캐나다로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 국영기업체 김모과장(41)은 지난해 말 회사내 대량 명예퇴직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가 50줄에 들어 퇴직당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한살이라도 젊을 때 해외로 나가 새삶을 개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최모씨(39)는 매년 평균 20%씩 줄어드는 매상과 자녀들의 비싼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이민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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