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40대의 부인 한 분이 병원을 찾아왔다. 날씨가 추울 때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얼굴이 심하게 붉어지고 목욕 후에도 얼굴이 너무 빨개져 남과 함께 목욕하기가 겁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이것저것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는데 혹시 치료가 가능한지 물어왔다.
나는 여러 종류의 레이저 피부치료에 대해 설명해주고 붉은 색에만 반응하는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그런 증상을 일으키는 실핏줄 일부가 없어져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부인은 과연 나아질 수 있느냐고 몇번이나 묻고는 치료를 받았다.
며칠 후 병원을 방문한 부인은 목욕을 하거나 몸에 힘을 주어봐도 전과 달리 얼굴 붉어지는 증상이 사라졌다며 여러번 고맙다는 말을 했다. 환자를 대하다보면 이 부인과 같이 조그만 충격이나 자극에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원인은 작은 실핏줄들이 확장되어 나타나거나 혹은 실핏줄이 눈에 안 보이더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핏줄 분포가 많기 때문이다.이런 실핏줄 확장증이나 얼굴 붉힘증은 가렵거나 아픈 증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추운 곳에 가면 혈관들이 수축되어 얼굴이 새파래지고 더운 곳에 가면 혈관이 확장돼 빨개지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하면 염증성 여드름과 비슷한 붉은 반점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실핏줄 확장증이 왜 일어나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햇빛이나 추위, 높은 열에 노출되거나 임신 간경화증 등이 있으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부신피질 호르몬을 오랫동안 먹거나 이 호르몬제가 들어있는 피부 외용연고를 오랫동안 발랐을 때 그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연고를 바른 피부가 매우 얇아지거나 위축돼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피부, 특히 얼굴에 병이 있다고 외용연고제를 함부로 사서 바르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주위사람의 말만 듣고 무슨 연고를 바르면 화장이 잘 받는다더라 하며 연고를 남용하면 오히려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다. 한 예로 습진치료 연고도 얼굴과 몸에 따라,어린이와 어른에 따라 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실핏줄 확장증이나 얼굴 붉힘증이 생긴 경우에는 피부과에서 전기나 레이저 및 광선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02―593―7575
신학철(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