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제2외국어-예체능 존폐기로…내신서 제외되자 푸대접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서울대를 제외한 대다수 주요 대학이 지난해에 이어 올 대학입시에서도 제2외국어와 예체능과목을 내신성적 평가자료에서 제외시킴에 따라 일선 고교의 이들 과목 수업이 파행 수준을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서울 H고교 독어 과목의 경우 1학년 1학기에 수업을 하는 학생이 한반에서 절반 정도였다가 2학기가 되면서 3분의 1로 줄어 들고 2학년이 되면 5분의 1로 감소하고 있다. 3학년 독어 수업은 사실상 자율학습시간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독어 담당교사는 『맡고 있는 교과목이 학생들에게서 푸대접을 받다보니 가르칠 의욕도 사라졌다』며 『부전공 자격연수과정을 이수해 다른 과목을 가르칠 기회를 찾는 제2외국어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E고 음악시간에는 음악실에서 하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교실에 남아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이 한반에서 3분의 1을 넘는다. 제2외국어 특성화고교인 서울 S고교는 불어 독어 중국어 일어가 주당 4시간씩 배정돼 있지만 수업 실태는 다른 고교와 차이가 없다. 일어교사 권모씨(47)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과목에 시간을 뺏기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은 학부모들이 제2외국어 수업을 없애거나 국 영 수 과목으로 대체하라고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방 고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부산 K고교의 3학년 제2외국어 수업은 학생들이 각자 입시과목을 공부하는 자율학습시간이 되고 있다. 〈부형권·이명건·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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