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더블캐스팅 여주인공 김원정-이태원씨

  • 입력 1997년 8월 27일 07시 39분


애잔한 명성황후와 강인한 명성황후.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뮤지컬 「명성황후」의 성공 뒤에는 여주인공 두명의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더블캐스팅된 두 사람의 명성황후 김원정(35) 이태원씨(33). 미국 줄리아드음대 선후배사이인 이들은 현지 매스컴으로부터 『줄리 앤드루스와 나란히 설 수 있는 디바(여신처럼 탁월하게 노래하는 소프라노)』라는 극찬을 받았다. 15일 오프닝공연의 주역은 김원정씨. 고종(유희성 분)의 애정에 목말라하는 여심과 어린 세자에 대한 가슴저미는 모성을 애틋하게 그려냈다. 『기적이었다고 믿어요. 개막 이틀전에야 첫 무대리허설을 시작하고, 힘들면 무대 뒤켠 아무데나 쓰러져 자면서 이런 박수를 받다니…. 우리 뮤지컬이 링컨센터에서 공연된다는 감격에 겨워서 모두들 신들린 것처럼 해낸 것 같아요』 이화여대 성악과 재학중 미국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대와 줄리아드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이탈리아 독일에서 활동해온 소프라노. 1m60이 될까말까한 자그마한 몸집속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아하고 지기 싫어하는 당찬 기질이 다글다글 끓어오르고 있다. 24일 대단원의 공연을 장식한 이태원씨는 96년부터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인 「왕과 나」의 첫번째 왕비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한국서 공연된 「명성황후」에 감명받아 지난 봄 내가 먼저 연출자 윤호진씨에게 접근했지요. 이 정도 작품이라면 브로드웨이의 어느 작품과 겨뤄도 자신있을 거라고 일찌감치 감잡았어요』 공군사관학교를 지망했을 만큼 당당한 체격. 세옥타브를 오르내리는 풍부한 성량에다 도대체 겁이 없어 아무리 큰 무대에 서더라도 떠는 법이 없다. 덕분에 열강(列强)에 맞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강한 명성황후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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