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대학 세계여행 ①]우크라이나 「오데사」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이 한학기동안 유람선 안에서 먹고 자고 강의를 들으며 세계여행을 함께 하는 동안 우정과 낭만을 나눈다. 미국 피츠버그대가 주관하는 시메스터 앳 시(Semester at Sea)에 미국유학중 한국대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한 문형진씨의 여행기를 1318면에 연재한다.》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아름답고도 추운 곳이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시내구경에 나섰다. 멋있는 오페라 하우스가 보였고 길거리에선 달마시안 같은 비싼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오데사 지역TV방송국에 인터뷰하러 갈 때의 일이다. 방송국의 낡은 왜건을 타고 가는데 운전기사가 신호등에 걸릴때마다 자동차의 시동을 껐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비싼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기서 대졸자 초임이 한달에 20달러인데 비해 자동차에 기름을 한번 가득 채우려면 약 12달러라니 과연 그럴만했다. 방송국 시설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의 방송국 시설보다 못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열성적이고 따뜻했다. 방송국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몇가지 기이한 얘기를 또 들을 수 있었다. 오데사의 시내버스와 공중전화가 모두 공짜라는 것. 그 이유는 사회복지정책이 잘 돼서 그런게 아니라 인플레가 워낙 심해 계속해서 오르는 시내버스요금과 공중전화요금에 맞춰 동전과 토큰을 만들 수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토큰과 동전제작을 아예 포기해 버렸다는 것. 당연히 시내버스는 툭하면 시간을 지키지 않고 공중전화는 성한 것보다 고장난 게 더 많다고 했다. 두번째로 오데사에서는 개가 큰 사회문제라는 것. 살기가 좀 나았던 옛날에는 유럽처럼 비싼 애완견을 키우고 개와 함께 시내를 산책하는게 유행이었지만 요즘처럼 사람도 먹을게 부족한 때에는 버림받는 개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개들은 떼지어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거나 심지어 사람을 무는 경우가 많아 골치를 앓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리나라 같으면 간단한 문제일텐데」하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었다. 95년11월23일 오데사대를 방문해 그곳 학생들과 친선 배구경기와 배드민턴을 했다. 대충 경기를 마친 뒤 선물로 준비해 간 초콜릿과 볼펜을 우리와 경기를 했던 두 사람에게 주었다. 체육관을 나오면서 뒤돌아보니 그들이 서로 볼펜을 가지려고 싸우는 것이 눈에 띄었다. 생필품이 귀한 그들에겐 볼펜이 그만큼 소중한 물건이었으리라. 운동을 마치고 점심은 오데사대학생인 포레비티라는 친구의 집에서 먹었다. 장차 미국에서 신학을 배우고 목사가 되고 싶다는 포레비티의 집은 아파트였는데 우리나라의 서민아파트와 비슷했다. 꽁치와 포도주 등으로 정성껏 대접해 주는 그의 가족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는 오데사대 학생회에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 준 댄스파티가 있었다. 나는 여학생들과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췄다. 처음에는 디스코를 추다가 산드라라는 여학생과 블루스도 췄다. 그곳에서는 영어로 된 댄스뮤직도 신나게 틀어줬는데 그 중에 특별히 여러번 들었던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았다. 「Shut up and sleep with me. Shut up and sleep with me…(조용히 하고 나와 함께 잠자리를 가져요)」. 오, 맙소사. 그들이 이 음악의 뜻이나 제대로 알고 이렇게 크게 틀어 놓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인지. 나에겐 그런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어떻든 간에 그 음악은 오데사에 머무르는 며칠동안 시내 음반가게를 지날때마다 귀가 따갑도록 들을 수 있었다. ▼ 유람선대학이란… 유람선대학 「시메스터 앳 시」란 유람선을 대학캠퍼스처럼 꾸며 약 5백여명의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배에 타고 수업을 하면서 각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학기 4개월을 바다에서 보낸다고 해서 「시메스터 앳 시」라 한다. 1년에 봄 가을학기 두번 있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피츠버그대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교수진은 매학기 미국을 비롯, 세계 유수대학에서 뽑힌 교수들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학기 이수한 과목들은 미국 일반대학의 경우 정규학점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유람선대학 「S.S.Universe」호가 방문하는 나라는 가을학기의 경우 러시아 중국 베트남 이스라엘 이집트 홍콩 인도 터키 모로코 일본 등이다. 봄학기에는 케냐 말레이시아 필리핀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페인 브라질 일본 홍콩 베네수엘라 등이다. 출발은 봄학기엔 미국의 뉴 올리언스, 가을학기엔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하며 항로가 다르다. 도착은 뉴 올리언스로 같다. 세계 어느나라 대학생이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은퇴교수를 포함, 어느나라 교수도 신청이 가능하다. 교수의 경우는 가족이 함께 참여한다. 신청은 약 6개월 전에 해야하는데 보통 미국대학에 지원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를 밟게된다. 필요한 서류는 입학신청서와 성적증명서 추천서 간단한 수필 등이다. 미국외의 나라에 재학중인 대학생은 토플성적표도 함께 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속을 대행해 주는 곳이 생겼다. 수속비용이 1백만원정도로 너무 비싼게 흠. 비용은 학비 숙식비 포함,1만2천달러(약1천만원)정도. 방문하는 나라에서의 여행비용은 자비부담이다. 장학금을 받거나 유람선대학안에 있는 도서관 강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6천달러 정도면 가능하다. 유람선대학 유니버스호는 1만8천t급으로 학생 교수가족 숙소인 캐빈과 식당을 비롯, 교실 강당 극장 수영장 농구장 등이 있다. 1971년이래 약 3만여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한국에서는 문형진씨가 95년9월에서 12월까지 처음 참가했다. ▼문형진씨 약력 △70년 서울출생 △97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방송학과 졸업 △95년8월∼96년12월 오클라호마주립대 학보사 기자 △95년5월∼97년5월 미국 오클라호마 KGFY FM라디오 모닝쇼 공동진행자 △95년8월∼96년12월 미국 오클라호마 카우보이TV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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