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고양 햇빛마을 23단지,부당관리비 되찾아

  • 입력 1997년 7월 11일 08시 04분


「우리 힘으로 되찾은 관리비를 쓰레기봉투로 돌려드립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햇빛마을 23단지 각 아파트 입구에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이름의 이같은 안내문이 나붙었다. 지난해 11월말부터 입주를 시작, 20개동 1천8백여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주민들은 힘을 합쳐 과다부과된 관리비 1천2백여만원을 되찾았다. 아파트공동체 운동에 힘을 불어넣는 쾌거였다. 주민들이 관리비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4월. 아파트부녀회가 단지안에 들어서는 노인회관의 현판식에 찬조하기로 한 은행지점을 찾아갔을 때였다. 『노인회관에 쓸 냉장고를 이미 관리소에 보냈다』며 이상히 여기는 은행측의 반응에 뭔가 낌새를 챌 수 있었다. 주민들은 서둘러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 관리소 운영에 대한 자체감사에 들어갔다. 한달간의 감사에서 관리소측이 오물수거료를 과다하게 거두고 경비업체 찬조금을 부당지출하는 등 총 1천2백10만원을 부당하게 쓴 사실을 밝혀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관리업체인 한일주택관리㈜에 항의, 사과를 받아내고 과다부과된 금액을 오는 20일까지 모두 돌려받기로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환불받은 돈으로 가구별 과다납부액에 상당하는 20ℓ들이 쓰레기봉투를 이달 반상회날에 주민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관리회사에서도 관리소장을 바꾸고 관리소 운영을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23단지 주민들은 「모두가 이웃」이 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파트 앞마당을 청소하고 공용 쓰레기통을 닦는다. 또 쓰레기 분리수거도 철저히 해 공동생활의 준칙을 세워가고 있다. 동네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매주 알뜰농산물시장을 열고 있는 단지부녀회는 곧 바자를 마련, 주민잔치를 열 계획이다. 〈고양〓선대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