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제하는 인생에서든 문단에서든 「아웃사이더」다.
누구도 그를 몰아내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물을 원할 때 불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 물에의 갈망을 없애주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고 말해온 그가 스스로 택한 삶의 방식일 뿐이다.
지난달 환갑을 넘긴 그가 신작소설 「뻐꾹아씨 뻐꾹귀신」(열림원)을 냈다. 중편 정도의 분량이지만 그가 그린 70컷의 컬러 삽화가 곁들여져 1백30여쪽의 소설 한권이 됐다. 이름하여 「이제하의 그림소설」.
유별난 것은 형식만이 아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죽은 애견의 유령을 허우적거리며 쫓아간다.
『내 작품의 한 축인 샤머니즘 혹은 유령은 깨뜨려야할 인습의 굴레를 상징합니다. 많은 금기들이 해체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의식은 인습적 윤리감각에 짓눌리고 있어요. 작품 마지막에 죽은 아내의 여동생과 주인공의 정사가 암시되는 것도 바로 윤리적 강박에서 풀려나자는 의미지요』
돌이켜보면 그의 작품들은 권위와 인습에 대한 「이제하식」의 저항이었다. 74년작 「초식(草食)」은 유신체제의 정치폭력을 초현실주의 그림같은 풍경으로 비꼬았다. 8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에서는 여주인공의 몸을 빌려 분단 이데올로기에 대드는 굿을 벌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는 「다수」가 흔드는 깃발 곁에 서지 않았다. 유신이든 민중이든 그는 권력의지로 뭉친 패거리의 하나이기를 거부했다. 「각각의 개성이 없는 민중은 우중(愚衆)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래서 척박했던 시절 그는 「회색주의자」 「물정 모르는 리버럴리스트」로 비난받기도 했다.
『시대상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80년대 「민중」을 외치던 목소리가 너무도 급격히 사그라든 게 이해가 안됩니다. 지금이야말로 삶의 밑바닥을 얘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이제는 내가 그런 작품을 써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학동네」는 이번주부터 이제하의 전집을 발간한다. 12권으로 묶인 선집중 첫번째로 출간되는 작품은 「열망」. 87년 출간됐던 「광화사」를 2권분량으로 개작한 것이다.
돈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화가들의 치열한 삶을 그린 작품을 첫번째로 내놓는 것은 소비와 탐욕의 90년대에 맞서는 이제하의 자기선언일 것이다.
『90년대 들어 예술과 삶을 속물화하는 「황금만능주의」가 내가 저항해야할 가장 큰 벽이라고 느낍니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