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7년 6월 19일 08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물질(육체)은 정신(이성)에 종속된다는 이분법적 세계관은 근대 모더니즘의 중심축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바로 포스트모더니즘과 에코페미니즘이다.
이분법적 사고는 근대 이후 모든 삶을 철저하게 지배해왔다. 이성중심에서 비롯된 이분법은 서구백인중심 기독교중심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제삼세계 원주민 비기독교 여성 등에 대한 억압과 착취로 나타났다. 인간 이성이 해낸 것이라곤 전쟁을 통한 대학살 빈부격차 생태계파괴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이원론에서 벗어나 평등과 조화,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비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자는 것이 양자의 기본 철학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우선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와 상대주의적 논리는 여성의 억압상황을 은폐하고 가부장제적 성격, 운동력 취약 등을 안고 있어 변혁의 보조를 더디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에코페미니즘은 사회비판 사회변혁 등 구체적 실천에 더욱 적극적이다. 즉 페미니즘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려는 에코페미니즘은 가부장제를 폭로하고 평등과 조화라는 민주적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에코페미니즘의 성별관계(남녀대립)재해석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더욱 근본적인 차이점은 보편성의 문제. 에코페미니즘은 평등과 조화, 다양성 속의 보편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보편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으며 그가 추구하는 다양성도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주창자인 료타르도 이를 우려, 『페미니즘이 자신을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부분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광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