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비리현장]과외비에 허리휘는 학부모들

  • 입력 1997년 6월 3일 20시 19분


대기업 차장인 H씨(45·서울 광진구 구의동)는 요즘 자녀 교육비부담을 이기지 못해 캐나다로의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6천5백만원이면 투자이민이 가능하다는 얘기에 집을 처분할 계획도 세웠다. 1백80만원의 월급으로는 고교2학년과 중학3학년 자녀의 과외비를 빼고나면 도저히 생활을 감당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매월 학원수강료만 80만원이 나간다. 게다가 학교의 야간자율학습비 10만원, 독서실비 10만원과 참고서비용 등 여기저기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을 제외하고 한달 생활비로 떨어지는 돈은 고작 70여만원 정도다. 모자라는 생활비를 대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활용,보너스를 당겨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직장에서 간부로서의 품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아이들 옷도 거의 재래시장에서 파는 2만∼3만원짜리가 주류여서 부모로서 미안할 때가 많다. 중견기업체 임원 K씨(45·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부인 P씨(39)는 자녀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 백화점에서 시간제 점원으로 일할 계획이다. 중고교에 재학중인 두 자녀의 과외비로 월 1백30만원을 쓰다보니 남편의 2백만원 월급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고교2학년 아들은 월 40만원을 주고 영어 수학 개인교습을 시키는 것외에 국영수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3개월에 1백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입시학원에도 보낸다. 한달에 70만원이 드는 셈이다. 중학1학년 딸을 미술 피아노 영어학원에 보내는데 50만원이 들고 한달에 9만여원을 주고 가정 학습지를 받아보고 있다.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저금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오히려 그동안 저축해뒀던 돈을 까먹고 있다. 서울 강남의 8학군에 살며 자영업을 하는 S씨(50)는 요즘 경기가 안좋아 월 수입이 3백만원정도에 불과하고 그것도 2백여만원을 과외비로 쓰고 있다. 고교1학년 장남이 영어 수학 개인교습비로 1백10만원, 중학3학년 차남이 개인교습비 70만원과 학원비 32만원을 쓴다. S씨는 『주변에서 1백50만∼2백50만원씩 주고 유명학원강사를 불러 개인과외을 시키는 경우도 적지않아 나는 아주 적게 지출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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