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생활수준-취미따라 『끼리끼리』

  • 입력 1997년 6월 3일 07시 42분


노인들은 끼리끼리 만난다. 사는 곳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취미와 생활수준 등에 따라 비슷한 처지의 노인끼리 모인다. 모이는 장소도 일정하다. 또 부부가 각기 따로 비슷한 처지의 벗들을 찾아 나선다. 서울의 노인들은 어디서 모여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상계동에 사는 여운희씨(62)는 월 수 금요일 새벽 5시반 집을 나서 종로 2가의 YMCA회관으로 간다. 그곳에서 오후 2시까지 배드민턴 수영 건강체조 등의 운동을 한다. 이곳에는 60세 이상의 노인 40여명이 운동을 하러 온다. 운동 때문인지 대부분 실제 나이보다 10세 이상 젊어 보인다. 젊었을 때부터 다닌 사람들로 30년 이상 된 이도 많다. 남산의 석호정과 서대문의 황학정 등 9개 활터에도 30∼40년씩 다닌 노인들이 많다. 석호정의 경우 회원 50여명중 60세 이상의 노인이 40명 가까이 된다. 석호정 총무 이한정씨(73)는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어야 활을 쏠 수 있기 때문에 여기 오는 노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2시경 승용차를 타고 와서 4시간 정도 활을 쏘면서 틈틈이 바둑을 두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을지로입구의 건강식품점 개성상회 부근의 식당들과 장충동 필동의 평양냉면집, 오장동과 예지동의 함흥냉면집은 월남한 실향민들이 즐겨 찾는 곳. 탑골공원은 「노인들의 아크로폴리스」라 불릴 정도로 각양각색의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 최근엔 지하철잠실역과 관악산 보라매공원 등이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탑골공원에는 하루 1천여명의 노인이 모이고 그중 4백여명이 사회단체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점심을 먹는다. 좀 여유있는 노인들은 이곳에서 놀다가도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이나 인사동의 한식집에 찾아가 식사를 한다.서대문 독립공원과 서울역 등은 가난한 노인들이 자주 찾는 곳.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노인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늘 가던 곳에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정을 나누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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