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록밴드]기타…드럼…신촌에 피는 「스타의 꿈」

  • 입력 1997년 6월 3일 07시 42분


현재 미국에서는 십대의 핸슨 형제들이 전미 빌보드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구미의 십대 로커들이 대중음악 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성년 로커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거장이 된 로커들은 대부분 십대 초반부터 대중음악에 탐닉한 이들이다. 국내에서도 십대 로커들이 자라고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종휘씨는 『십대 록밴드들이 하루에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처음 악기를 쥐는 때는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는 밴드를 조직, 학예회 등에서 기량을 과시한다. 시화전 등이 인기를 끌던 70, 80년대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서울 경기고의 「스마일」, 보성고의 「하이트」 「진단서」 「?(퀘스천)」, 배명고의 「야」, 단대부고의 「각시탈」, 오금고의 「앨핀 박스」 등이 들녘에 피고지는 꽃처럼 십대밴드 무대를 한바탕 휘저었다가 사라지곤 했다. 마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대부분 부모와 학교의 허락을 받고 무대에 오른다. 대중문화를 보는 기성세대의 눈길이 그만큼 넉넉해졌다는 것. 십대 록밴드들은 학예회 때 자신들의 노래가 객석의 열광을 받고 있음을 확인한 후에는 서울 신촌과 홍익대 앞으로 진출한다. 이곳에는 언더그라운드 카페들이 집결해 있다. 스팽글, 스팅, 롤링 스톤즈, 프리 버드,푸른굴 양식장, 재머스, 먹통문화예술집단 등이 그들이다. 십대밴드는 이곳으로 진출한 다음부터는 출연료를 받고 무대에 오르는 「프로」가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출연료는 저녁 식사비와 교통비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2만원 수준. 이들은 사실 자작곡에 대한 동년배들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무대에 오른다. 3천원을 내고 입장한 십대들이 록카페 객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중년의 대학교수 엔지니어 대학생 화가 무직자 등 「별의별」 사람들이 자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록에 대한 사랑. 십대 관객들은 눈매도 날카로워 밴드들 자작곡의 표절이나 순간적인 엇박자들을 대번에 잡아낸다. 하지만 좋은 노래들이 나오면 반응이 달라진다. 앉아서 흥얼거리다가 탁자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열기가 고조되면 뛰쳐나가 음악과 어울린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돼 있지 않아 가창자와 수용자가 록음악을 껴안고 한덩어리가 된다. 십대들에게는 주류판매가 일절 금지돼 있다. 이들은 콜라를 마시고 록에 취한다. 일요일인 1일 서울 홍익대 근처 스팽글을 찾은 김준일군(18)은 『주말에는 「청년단체」 등 십대밴드들이 서는 록카페를 찾는다』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왕자」 「마이 라이프」 같은 노래를 듣고나면 등산 후에 깨끗한 냉수로 목욕을 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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