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를 살리자.
최근드라마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KBS가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반격에 나섰다.
특히 「별은 내가슴에」 「산」(MBC) 「여자」(SBS) 등에 밀려 공중파 방송 드라마 중 꼴찌를 면치 못하던 월화드라마의 경쟁력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KBS는 월화드라마 「봄날은 간다」의 후속으로 다음달 9일부터 전문직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주제로 한 「러브레터」를 시작한다.
「느낌」 「컬러」를 감각적으로 연출한 윤석호PD와 「짝」의 작가 최윤정이 손을 잡고 감각적인 기법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경쾌하게 그릴 계획이다. 탤런트 김희선 유시원이 티격태격 싸우던 친구였다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주인공들의 직업은 「월레스 & 그로밋」같은 점토애니메니션 영화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인 점토인형 일러스트레이터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뮤직비디오PD. 직업 설정에서부터 볼거리가 풍부한 영상을 만들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10부작인 「러브레터」가 끝나는 한여름에는 「전설의 고향」이 기다리고 있다. 젊은 층에서 귀신이야기가 뜨는 요즘의 세태에 걸맞게 첨단기법으로 사실성을 강화한 「신세대 귀신이야기」를 내보낸다는 계획.
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의 월화드라마로는 「질주」를 준비중이다. 제목부터 빠른 템포가 느껴지는 이 작품은 말(馬)과 함께 하는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다룬다. 뮤지컬 「겨울나그네」의 여주인공 윤손하와 탤런트 김정현이 출연할 예정.
KBS의 이같은 선회는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복고풍 드라마와 서민들의 이야기로는 더이상 경쟁하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됐다.
「딸부잣집」 「젊은이의 양지」 「목욕탕집 남자들」 「첫사랑」 등 지난 94년부터 정상을 차지해왔던 KBS의 「효자 드라마」들은 서민층 가족이야기와 복고풍 드라마가 주류였다.
그러나 주말극 「파랑새는 있다」와 「봄날은 간다」의 부진에서도 보듯 극적인 갈등구조, 등장인물의 강한 성격, 감각적인 영상이 없이는 요즘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KBS 드라마제작국 이영국 부주간은 『보다 나은 자아실현을 놓고 갈등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하여 KBS드라마의 색깔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