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3년 김민영양 하루]학교파한뒤 단란주점 출근

  • 입력 1997년 5월 28일 20시 16분


서울 모 여고 3학년 김민영양(17·가명). 키 1m67에 몸무게 48㎏. 노래는 못하는 것이 없음. 술집에서 일한 지 만 2년. 현재 서울 잠실 M단란주점에서 일함. 월수입 1백50만∼2백50만원. 27일 오전 6시경. 민영양은 이 날도 자신의 업소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속풀이」를 하며 아침을 맞는다. 그는 『공부해라. 밤늦게 다니지 마라』는 아버지(48·건축업)와 큰언니(27)의 잔소리가 너무 싫어 중3 겨울방학때 처음으로 가출했다. 지난해 11월 송파구 방이동에서 보증금 5백만원짜리 연립주택을 얻어 「완전독립」을 이룬 것은 다섯 차례나 가출하며 무언의 시위를 계속한 결과였다. 아버지 K씨는 셋째딸이 심상치 않은 짓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눈치챈 뒤 『집안 망신시키면서 밤새 어디를 싸돌아다니느냐』고 쉴새없이 야단을 쳐댔으나 이미 클대로 커버린 딸을 더이상 어쩔 수 없었다. K씨는 딸의 방종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의 무기력함에 시달리다 화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큰언니는 「학교는 계속 다닌다」는 약속을 받고 두손을 들어버렸다. 연립주택에서 모 여상을 중퇴한 여중동창생 진희양(17·가명)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뒤 민영양은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깊은 잠에 빠지면 과감히 결석하는 배짱도 생겼다. 그러나 졸업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학교에 열심히 나가려고 애를 쓰지만 공부와 담을 쌓은지는 이미 오래다. 책상에 엎드려 자신처럼 「낮과 밤의 이중생활」을 하는 옆 친구들과 간밤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민영양은 2학년에 올라갈 때 취업반을 선택했다. 대학진학반과 달리 결석체크가 엄격하지 않아 좋았기 때문. 방과 후 단란주점에 나가기 전까지 매일 빠뜨리지 않는 일과중의 하나는 손님에게 선보일 빠르고 신나는 최신곡을 연습하기 위해 노래방에 들르는 것. 단란주점에는 밤 9시경 도착해 청바지를 벗고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그리고 화장을 한 뒤 밤 11시전후가 되면서부터 새벽까지 술이 얼큰해 업소에 들어오는 취객들을 맞는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 B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이수현양(16·가명·상고 1년 중퇴). 그의 생활도 민영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현양은 『2,3학년에 올라갈수록 밤에 술집에 나가는 학생들이 많다』며 『내가 다니던 학교의 양호실은 늘 술냄새가 가시지 않은 학생들로 북적대곤 했다』고 전했다. 「여고생 접대부」는 특히 방학 때 급증한다. 단란주점에 나가는 학급 친구가 『두달간의 아르바이트로 약 3백만원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데 쉽게 빠져들어 접대부 대열에 끼여들었다가 「금단의 강」을 넘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 여학생의 대다수는 접대부로 일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을 느끼지 않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M단란주점에서 일하고 있는 모 여고 3학년 C양(18)은 『내가 원해서 술집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활지도교사 L씨는 『대학진학을 포기한 여학생가운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명분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접대부로 나서는 일이 많다』며 『가치판단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혼탁한 사회풍조에 오염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부형권·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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