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남들은 내가 의사인 덕에 군 생활을 장교로 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 혼자의 생활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 군에 갔기 때문에 결혼하여 아이도 있던 때였다. 그래서 군생활 3년은 내게 가장 어려운 시절이었다. 기본적인 생계비도 마련하기 어려워 허덕이던 때가 바로 그 시절이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고 추억도 많이 남았다. 무엇보다도 해가 지기 전에 퇴근하여 귀가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 시절 이후로는 한번도 그런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
매일같이 늦게 퇴근하는 나를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이따금 푸념을 한다.
『그때는 참 좋았었는데…. 군대에 다시 갔으면 좋겠어요』
지금 그때로 돌아가서 어쩌자는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야기 둘
여론조사란 실로 맹랑한 것이다. 이것은마치숨겨진 진실을 밝혀주는아주 편리한 도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사를 하는 사람이의도하는대로 결과가 나오기도하는것이 여론조사라고 말하는사람도 있다. 그래도 그런 점을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결과가큰 위력을 발휘한다.
얼마전 어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역대 대통령중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박정희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이 5공, 그리고….
이런 결과를 보면서 일부 사람들은 한마디 한다.
『역시 그때가 좋았어』 아니 그때가 좋았다니. 숨도 쉬기 어려웠던 그 시절이 그립다니. 짓밟힌 인권에 항거하던 군중들, 서울의 봄을 환호하던 국민들, 그리고 민주화에 대한 타는 목마름으로 감옥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수많은 민주 인사들. 그때 그 분노의 민중들은 그 시절이 좋은 줄도 몰랐던 바보들이었던가.
이 여론조사에 그렇게 응답한 사람들은 그 당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이야기 셋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국민의 건강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인류의 공적이 되었다. 이것이 몸에 있으면 큰 일 날 것 같았다. 주부들은 식단 조절에 머리를 싸맸고, 고기를 파는 집은 때아닌 불황을 겪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다.
해괴한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돌았다. 『옛날이 좋았어』 『원래 우리의 전통 음식에는 콜레스테롤이 없어』 『이제라도 그때로 돌아가야 해』
동맥경화증과 심장병을 막기 위해 조선시대 쯤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빈약한 체격에 툭하면 병에 걸리고 평균수명이 27세이던 바로 그 시절로.
황인홍〈한림대교수·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