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전수천씨,강의에…작업에… 짧은 봄 바쁜 봄

  • 입력 1997년 3월 18일 08시 47분


[송영언기자] 지난 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은 이후 키가 성큼 자란 설치미술가 전수천씨(50). 그는 이제 문화예술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낯익은 사람이 됐다. 그는 새봄에 누구보다도 바쁘다. 이달에 문을 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교수로 임용돼 일주일에 4일을 강의에 매달려야 한다. 여기에다 지금 두곳에서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하나는 서울 중구 정동극장 벽면에 설치하는 대형 입체벽화. 또 하나는 전북 정읍 내장산입구에 설치하는 동학혁명 1백주년 기념탑.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두곳중 한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스위스의 바젤아트페어(6월11∼18일)와 노르웨이 콩스버그에서 열리는 개인전(6,7월)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중 정동극장벽화는 이달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 17일오후 정동극장 작업현장. 인부들이 전씨의 지시에 따라 벽면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손질을 한다. 전씨는 벽면에 붙일 대형 비선도를 직접 손으로 가다듬는다. 「놀이 신화 비전」이란 이름의 이 벽화는 가로 14m 세로 10m. 전씨는 『이곳이 극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한국적인 전통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이 즐기러 온다는 뜻에서 가족상 △모여들고 전진한다는 의미를 담은 발의 모습 △한국전통의 미를 강조한 비선도 △현대를 나타내는 기하학적 도면 △미래지향적인 신화를 뜻하는 나선형 등을 작품속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벽화는 대부분 평면이지만 지금 제작하는 것은 입체벽화입니다. 벽면 앞에 설치하는 긴 기둥모양의 거울 등이 입체감을 살려주게 됩니다』 제작비만 2억여원인 이 벽화에는 대리석(3×3㎝)과 스테인리스 스틸봉이 각각 8만개씩이나 들어간다. 전씨는 『작품을 할때마다 늘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임한다』며 『그러다보니 열번이건 스무번이건 작품앞에 서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항상 안보이는 부분을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밤에 누워서도 늘 작품구상을 한다고 했다. 내장산입구에 들어서고 있는 동학혁명 1백주년 기념탑도 종반에 접어들었다. 현재 공정은 70%. 높이가 19m나 되는 이 탑은 오는 5월중 완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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