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공동사목교서 발표]『신앙인들 소금역할 못했다』

  • 입력 1997년 3월 15일 07시 41분


[김경달 기자] 「국민들은 문민정부의 등장과 함께 어두운 역사도 영원히 끝나는 것으로 믿었지만 최근의 대형 정경유착 사건은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들을 정확히 가려내 정의를 세워야 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정진석주교)가 최근 총회에서 「대희년(大禧年)을 바라보며」란 제목으로 낸 공동사목교서의 한 대목이다. 이 교서는 사회현실에 대한 진단과 함께 모든 사제와 신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담고 있다. 희년은 구약성경 레위기 25장의 가르침에 따라 50년마다 맞는 해방과 자유, 질서회복의 해. 3년 뒤인 오는 2000년에 맞는 희년은 예수탄생 2천년과 새로운 천년기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국주교단이 공동사목교서를 발표한 것은 지난 84년 천주교전래 2백주년 기념행사 때와 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사목교서에서 주교단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경제제일주의의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 살아보세」하며 외치던 노래마디에 현혹되어 참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교단은 이어 『그리스도 신앙인들만이라도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세상이 이처럼 어둡고 부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주교단은 마지막으로 『한국 그리스도 신앙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소금의 짠맛을 되찾고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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