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배 8연승 서봉수9단]『정석대로 두면 못이겨요』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국제바둑시합 8연승은 또 하나의 세계신기록이다. 아슬아슬한 역전 반집승으로 이어진 대기록의 주인공 徐奉洙(서봉수·44)9단. 일본 중국 고수 8명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바둑은 이제 난전(亂戰)의 시대입니다. 바둑기량 자체에 차이가 엷어진만큼 승부의식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그는 진로배 국제바둑대회에서 대활약을 펼쳐 불과 한달 보름만에 1억1천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실전적인 「힘의 바둑」으로 이름난 서9단은 스스로를 「잡초바둑」이라고 표현했다. 온상에서 가꾸고 다듬어진 「화초」가 아니라 멋대로 자라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라는 것. 『정법(正法)에 의존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합니다. 일본바둑이 약세인 것도 모양이나 정법에만 빠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는 한물간 기사로 여겨졌다. 지난해 타이틀은 커녕 예선을 전전하면서도 승률은 반타작 정도밖에 안됐다. 상금순위6위인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주최측이 SBS연승바둑 결과를 토대로 선발원칙을 바꾸면서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 그 한풀이라도 하듯 연일 중국과 일본의 바둑고수들을 격퇴했다. 『40대가 인생의 사양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둑기사에게는 가장 좋은 때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10년쯤은 젊은 기사들과 맞붙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서9단은 오는 23일 중국 북경에서 마지막 남은 중국의 주장 馬曉春(마효춘)9단을 상대로 9연승 기록과 한국의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崔壽默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