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찬식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의 거리」 인사 관훈동 일대가 장기간 계속돼온 불황의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술품판매고와 관람객 숫자가 급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는 화랑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 이 지역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일대의 「얼굴」에 해당되는 인사동 네거리에는 최근 두 군데에 걸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년 전통을 지닌 종각화랑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신세대 감각의 인테리어를 갖춘 제과점이 들어섰으며 바로 건너편 덕원갤러리의 1층 전시장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은행이 입점한 것.
이와 함께 중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자주 마련해온 인사동내 현화랑이 최근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찻집이 들어섰다. 사간동에 건물을 신축하고 이전한 금호미술관은 인사동에 있던 금호갤러리 전시장을 지난 연말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관훈동 성화빌딩에 입주해 있는 가나화랑도 건물주와의 임대계약이 오는 4월로 만료돼 1층 전시장을 폐쇄해야 할 입장이다.
화랑 등 미술관련 업소들이 떠나는 자리에는 미술과 관련이 없는 유흥업소나사무실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인사동 고유의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인사동 주변에는 화랑보다 수익성이 훨신 높은 술집이나 일반음식점이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고있는 실정이다.
인사동내 기존 한옥들이 차츰 없어지고 그자리에 현대식 건축물이 대거 신축되는 것도 이 일대에 향수를 갖고 있는 방문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