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금강전도」 재해석 한신大 오주석씨 논문 발표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4분


「李光杓 기자」 조선 중기의 대표적 화가인 謙齋(겸재) 鄭(정선)의 실경산수화 「금강전도(金剛全圖)」(국보 제217호·1734년작·호암미술관 소장)를 주역(周易)의 원리를 적용해 해석한 논문이 발표됐다. 화제의 논문은 吳柱錫(오주석)한신대강사가 쓴 「옛그림이야기7,8」로 박물관신문(국립중앙박물관 발행)2,3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금강전도」는 정선이 금강산 만폭동을 중심으로 내금강의 전경을 그린 것. 전체적으로 원형구도이며 그림 윗부분에 비로봉이 있고 그곳에서 화면의 중심인 만폭동을 지나 아랫부분 끝에는 장안사의 비홍교가 그려져 있다. 그동안 미술사학계에서는 「금강전도」의 그림 왼쪽은 무성한 침엽수림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토산(土山)이고 오른쪽은 화강암의 예리한 봉우리들로서 각각 음(陰)과 양(陽)의 대조를 이루며 좌우가 S자 모양으로 분할되는 태극문양을 나타낸다는 정도의 견해는 있었다. 그러나 오씨는 이 글에서 「금강전도」에 나타난 음양 대비를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오른쪽 위에 쓰여진 제시(題詩)의 행(行)배열과 기년명(紀年銘·작품 제작시기)에 담긴 의미를 역리적(易理的)으로 해석해낸 것이다. 오씨는 우선 『전체적으로 동그라미를 유지하기 위해 왼쪽과 오른쪽 아래를 여백으로 남겨놓았다』고 보고 『유난히 크고 불뚝한 비로봉과 지나치게 크게 뚫려 있는 비홍교가 노골적으로 양(남성)과 음(여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리적 해석의 열쇠는 오른쪽 위에 적힌 제시와 기년명. 56자 11행의 칠언율시(七言律詩)인 제시는 그 행배치가 매우 특이하다.가운데 제6행이 1자, 5,7행이 각 2자, 3,4,8,9행이 각 4자, 2,10행이 각 7자씩이고 1행이 10자,11행이 11자로 돼있다. 이에 대해 『각행의 끝자를 연결하면 반원을 이루고 이것은 다시 금강산 윤곽과 어울려 하나의 원을 형성한다』고 설명. 제시 밑에 적힌 기년명(甲寅 冬題·갑인년 겨울이라는 뜻)에 대해 오씨는 『갑(甲)과 인(寅)은 음양으로는 양, 오행으로는 목(木), 숫자로는 3이 된다. 겨울은 다음해인 을묘년으로 이어지는데 을(乙)과 묘(卯)는 모두 음 목 8』이라면서 3,8은 성리학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풀이했다. 성리학의 출발인 「대학」은 3강령과 8조목으로 요약된다는 점, 성리학을 완성시키는 「주역」의 64괘는 8괘(8×8)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8괘는 태극이 세번 변한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주역의 대가 정선의 「금강전도」는 금강산의 웅혼한 기상을 그려냈을 뿐 아니라 탁월한 조형 속에 주역을 응용해 조선왕조의 번영과 평화, 심오한 철학적 이치를 담아낸 걸작이라는 것이 오씨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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