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생활]30대,그들이 뭉치고 있다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朴重炫 기자」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술집 「동숭동에서」는 주인이 2백명이 넘는다. 이정우변호사(34·전서울대학생회장) 송영길씨(34·사법연수원생·전연세대총학생회장)등 80년대 운동권 출신의 사회인 2백여명이 각자 80만∼3백만원씩 공동출자해 지난 7일 이 가게를 열었다. 경영을 전담하고있는 황도준씨(33·전선경인더스트리과장)는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겠다는 공동의 목표의식을 갖고 있었고 이제는 「낀세대」가 되어버린 30대들이 함께 어울릴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들이 모였다고 「뭔가 일을 치려나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는 설명. 최근 20대후반부터 30대중반까지의 사회인들 사이에서 「자기만의 공간찾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40, 50대나 10, 20대와는 차별화된 자기들만의 문화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카페나 술집에 공동출자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 강남구 신사동 화랑골목의 후미진 구석에 자리잡고있는 「LS카페」는 20대 후반∼30대초반의 은행원 인테리어디자이너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10명이 공동주주다. 내년 1월초 정식 개업예정인 이 카페의 주인들은 MBC TV의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인 「사랑의 스튜디오」의 출연자 9백여명중 카페설립에 뜻을 같이한 사람들. 각자 「본업」을 가진 주인들중 2명은 매일밤 교대로 웨이터로도 일할 계획이다. 인테리어작업을 직접 담당한 손민석씨(30·현대산업개발)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직업과는 관계없는 자기만의 자유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한다. 신사동에 지난 6월 문을 연 「닥터스 클럽」은 학교 선후배사이인 현직의사 2명과 작곡가 김진범씨(34)가 공동출자해 만든 「멤버십 클럽」. 호텔바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의 회원은 85%가 의사이고 나머지는 변호사 검사 언론인 등이다. 김씨는 『전문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류할 수 있고 새롭게 사람을 사귈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김동일교수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직장과 가정이 삶의 전부였던 40대이상과는 달리 「생활 이상의 무엇」을 추구하는 세대들이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되면서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카페문화」또는 「클럽문화」에 눈뜨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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