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출판계 「좀머씨…」「아버지」 최대 돌풍

  • 입력 1996년 12월 18일 20시 48분


「金次洙기자」 올해 출판계는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대형 베스트셀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상반기에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씨 이야기」(열린책들 간)가 전국 대형서점의 1위를 차지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암에 걸린 아버지의 애절한 가족사랑을 그린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문이당 간)가 돌풍을 일으켰다. 92년 출간된 「좀머씨 이야기」는 지난해말부터 독자들이 찾기 시작, 쥐스킨트의 다른 소설 「향수」 「콘트라베이스」등의 인기도 함께 끌어올리면서 70만부가 판매돼 최근 몇년간 도서대여점에 빼앗겼던 소설독자들을 되찾아 오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반기 독서시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아버지」 열풍. 8월에 출간된 아버지는 소설가 한승원씨가 동아일보에 독서에세이를 통해 이 책을 소개한 이후 판매량이 늘기 시작, 60만부가 팔렸다. 이책은 기업의 감원바람과 부권 상실로 가정과 사회에서 설자리를 잃어가는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우려 등 사회분위기의 흐름을 타고 초대형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 을지서적 등 서울시내 대형서점들이 집계한 올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이청준의 「축제」(열림원 간)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살림 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문학사상사 간) 등 소설이 상위순위를 차지한 것도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다. 출판계에서는 「문학의 해」에 따른 다양한 행사 등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체에 빠졌던 소설시장이 되살아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문분야의 기획출판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려는 출판사들의 노력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것도 올 독서시장 특징중 하나로 꼽힌다. 5권까지 발행된 일본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한길사 간)가 수십만부 팔렸고 사라진 고대문명의 흔적을 추적한 「신의 지문」(까치 간)도 10만부가 훨씬 넘게 나갔다. 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작과비평사 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 간)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청년사 간) 「우리문화의 수수께끼」(한겨레신문사 간) 「고고학 이야기」(가서원 간) 등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 21세기를 앞두고 역사와 전통문화에서 지혜를 찾으려는 독자들의 욕구를 반영했다. 막노동을 하다 서울대 인문계열의 수석을 차지한 장승수군의 수기인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김영사 간)가 40만부를 넘어섰고 「초학습법」(중앙일보사 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디자인하우스 간) 「영어의 바다에 빠뜨려라」(에디터 간) 등 학습관련서들도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치열한 입사 경쟁과 명예퇴직 확산 등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 간) 「컴퓨터 길라잡이」(정보문화사 간) 「인터넷 무작정 따라하기」(길벗 간) 등 처세 및 실용도서들도 강세를 보였다. 성(性)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공(性功)해야 성공한다」(동아일보사 간) 「똑똑한 여자가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베스트셀러 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웅진출판 간) 등 성관련 내용을 담은 책들도 많이 선보였다. 이밖에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얘기를 진솔하게 쓴 최일도목사의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동아일보사 간)과 양창순씨의 「표현하는 여자가 아름답다」(명진출판 간) 등 수기류를 찾는 독자들도 꾸준히 이어졌다. 반면 저작권이 강화된 개정저작권법이 7월1일부터 발효되면서 순수과학 학술출판 번역소설 등 외국출판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에서의 침체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에 따르면 11월말까지의 발행된 책은 모두 2만3천8백66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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